"사람들은 새 소리는 묻지 않고서도 듣기 좋아하면서, 그림만은 왜 그토록 물으려 하는가." 피카소는 자기의 그림에서 "도무지 보이는 것이 없다"고 투덜대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질책했다고 한다.인간에게는 보이는 것, 혹은 보고 싶어하는 것만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현대미술에서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추상(抽象) 미술은 아직도 일반인들에게는 어렵고 모호하게 느껴진다. 눈으로 보아서 알 수 있는 현실 사물의 형상을 제거한 채 부정형의 점, 면, 색으로 이루어진 그림은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성곡미술관이 내년 1월 31일까지 여는 '추상화의 이해' 전은 추상화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를 돕고 추상의 가치에 대한 감수성을 북돋워주려는 의도로 기획됐다. 서양 추상미술의 탄생과 전개를 자료로 보여주고, 한국 추상미술의 흐름을 작가 41명의 작품으로 보여주며 유아와 초등학생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형상의 격렬한 왜곡과 과장, 강렬한 색채를 사용한 예술가의 내면 표출로 특징지어지는 고흐, 뭉크의 표현주의는 현대미술의 시작이었다. 러시아 작가 칸딘스키가 1910년 발표한 '예술에서 정신적인 것에 관하여'는 추상회화의 정신을 정립한 선구적 저서였고 이후 그의 '뜨거운 추상'과, 몬드리안으로 대표되는 '냉정한 추상'의 두 경향은 양차 세계대전 사이에서 20세기 회화운동의 획을 그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신정아씨는 "이들로부터 독일 추상의 발판인 바우하우스, '회화를 버려야 이미지에서 해방된다'고 했던 마르셀 뒤샹, 1940∼50년대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추상표현주의를 거쳐 순수·대중예술의 구분을 없애려 한 팝아트까지 서구 추상미술의 계보와 역사를 다양한 자료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한국 추상화는 193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전개된 초현실주의 경향의 전위미술운동, 한국전쟁 이후 젊은 작가들의 격정적 몸짓으로 시작된 앵포르멜 운동이 단초가 된다. 이는 70년대의 다다 운동과 한국적 미니멀리즘의 탄생, 80년대 중반 이후의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이어진다. 전시는 김환기 남관 이응로 류경채 김병기 권영우 박서보 정창섭 곽인식 하종현 이강소 김봉태 하인두 이두식 하동철 문 범 홍승혜 설원기 등 세대를 망라한 작가의 작품을 보여준다.
교육 프로그램은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듯하다. 문자추상 등 작품과 음악을 통해 '마음의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배우고, 실제 자신만의 추상화를 그려본다. 초등학생 대상 프로그램은 내년 1월 4∼26일 매주 토·일요일 2회, 유아(만 5∼6세)는 1월 7∼23일 매주 화·수·목 3회 뮤지엄교육연구소 연구원들의 지도로 열린다. 참가 접수 22일까지. 전시 관람료는 일반 2,000원 학생 1,000원. 문의 (02)737―7650, 723―6564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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