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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잃은 경유자동차

입력
2002.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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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자동차 업계가 경유 자동차 문제로 극심한 혼란과 갈등을 빚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배기가스 기준을 초과하는 카렌스?(기아차) 경유차종에 대해 일단 연말까지 생산을 허용하면서 단종 또는 생산연장 여부를 다시 결정키로 했으나 16일 현재까지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업계와 시장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한국자동차공업협회(자공협)가 현대· 기아차의 입장을 대변해 '경유 승용차 국내판매 조기 허용'을 정부에 건의, 나머지 회원사들이 협회 탈퇴를 검토하는 등 업계내부의 갈등마저 깊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혼란은 정부의 무소신과 일부 자동차 업체의 무리한 로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16일 정부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산업자원부는 최근 카렌스Ⅱ를 내년 1월 1일 이후에도 생산할 수 있도록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줄 것을 주무 부처인 환경부에 건의했으나, 환경부는 "여론을 수렴해 결정할 문제"라며 가타부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앞서 5일 자공협은 "카렌스?를 계속 생산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건의했다. 기아자동차측은 "조속히 결정을 내려주어야 사업방향을 정할 수 있다"며 답답해 하고 있다. 반면 환경단체들의 모임인 '경유차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13일 "카렌스Ⅱ는 지난 6월 '경유차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기업· 시민공동위원회'에서 올해말까지만 한시적으로 생산하기로 약속한 차종"이라며 카렌스?의 즉각 단종을 촉구하고 있다.

산업자원부와 환경부, 현대· 기아차 등 자동차업체 및 환경단체들은 지난 6월 카렌스Ⅱ 경유차종에 대해 연말까지만 한시적으로 생산을 허용하고 추후 연장여부는 전반적인 경유 승용차 허용 문제와 연계처리한다는 협약서를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경유 승용차 허용문제에 대한 정부의 결정이 계속 미뤄지면서 카렌스Ⅱ 생산중단 문제도 딜레마에 빠지게 된 것이다. 산자부는 경유 승용차 허용 문제가 결론이 안 난 상태에서 카렌스Ⅱ의 생산을 중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인 반면, 환경부는 협약서의 변경 없이는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을 고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자동차 업계 내부에서도 경유 승용차 국내판매 문제를 둘러싼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최근 자공협에 경유 승용차 허용 건의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하는 한편 금주내 정부에도 공문을 전달할 계획이다. GM대우차와 르노삼성차도 건의 철회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그동안 현대· 기아차는 경유 승용차 국내판매 조기 허용을, GM대우· 르노삼성· 쌍용차는 신중한 접근을 주장해왔으나 자공협이 회원사간 합의 없이 한쪽 편을 들어 자동차업계가 양분될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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