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골프월드컵인 월드골프챔피언십(WGC) EMC월드컵(총상금 300만달러)에서 역대 최고인 공동 3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최경주(32·슈페리어)와 허석호(29·이동수패션)가 짝을 이룬 한국은 16일(한국시간) 멕시코 푸에르토 바예스타의 비스타 바예스타GC(파 72)에서 포섬매치플레이(2인 1조씩 2개조가 각각 1개의 볼을 번갈아 치며 승부를 가리는 방식)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서 6언더파 66타(이글 1 버디 5 보기 1개)를 쳐 최종합계 30언더파 258타로 잉글랜드와 공동 3위에 올랐다. 한국이 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한 것은 1956년 첫 출전이후 처음이다. 한국의 역대 최고성적은 71년(한장상-김승학)과 82년(최상호-한장상)에 기록한 5위였다.
3라운드에서 공동 8위로 처졌던 한국은 이날 첫 홀(파 4)에서 3온 2퍼팅으로 보기를 범해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파 5의 3번홀에서 첫 버디를 낚아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두번째 파 5의 8번홀에서는 이글을 잡아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대회에서 시종 정교한 페어웨이 우드샷을 뽐내던 허석호가 3번우드로 친 세컨드샷을 홀 6m전방 그린에지에 안착시켰다. 전날 여기서 이글을 잡은 최경주는 쉽지 않은 이글 기회를 그림 같은 퍼팅으로 살렸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9번홀(파 3)에서 허석호의 티샷이 핀 1.5m부근에 멈춰서자 최경주가 가볍게 버디를 추가, 단숨에 3타를 줄였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한국은 12, 13번홀에서 잇따라 버디를 보탰다. 이후 3개 홀에서 파를 세이브한 한국은 17번홀(파 3)에서 허석호가 티샷을 홀 전방 5m지점에 떨궈 또 다시 버디 기회를 만들었다. 녹록치 않은 버디 찬스였지만 올 미국프로골프(PGA)투어 2승에 빛나는 최경주는 실수 없이 이를 성공시켜 한국을 공동 3위로 끌어올렸다.
일본(마루야마 시게키- 이자와 도시미쓰)은 이날 6타를 줄여 36언더파 252타를 기록, 맹렬한 추격전을 펼친 세계최강 미국(필 미켈슨-데이비드 톰스)을 2타차로 따돌리고 57년 도쿄대회 이후 45년 만에 정상에 복귀, 100만달러의 우승상금을 거머쥐었다. 이날 24개 출전국 가운데 제일 뛰어난 성적(7언더파 65타)을 기록한 미국은 17번홀까지 일본과 동타를 이뤘으나 마지막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해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갈 기회를 잃었다.
/정연석기자 yschung@hk.co.kr
■최 "한국남자 위상 높여 기뻐" 허 "부족한점 깨달아 큰 소득"
허석호(29·이동수패션)와 콤비를 이뤄 한국을 대회사상 처음으로 3위로 이끈 최경주(32·슈페리어)는 "일본에서 열린 던롭피닉스대회와 월드컵에서 기대이상의 성적을 거둬 내년시즌에 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허석호 프로와 호흡이 잘 맞아 선전할 수 있었다"는 최경주는 "한국남자골프도 세계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팬들에게 보여줘 기쁘다. 하루 빨리 후배들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진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록 PGA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하지 못해 내년시즌 PGA투어출전자격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이번에 분전한 허석호도 "퍼팅과 숏게임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승부는 100야드 이내에서 판가름 난다는 사실을 최 프로가 확실하게 입증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허석호는 또 " 게임방식이 혼자 하는 게 아니어서 매번 샷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컸다. 이번 대회를 통해 보완해야 될 점을 깨달은 게 가장 큰 소득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경주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모든 공식대회 일정을 마치고 동계훈련지인 잭슨빌로 직행, 연말까지 필 릿츤코치와 함께 내년시즌에 대비한 훈련을 할 계획이다.
/정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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