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앨 고어의 2004년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공화당이 당혹해하고 있다.공화당은 고어의 재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단계적인 선거·정치 전략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앞으로 전면적인 대선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 압승 이후 "고어와의 재대결을 환영한다"며 재승부에 강한 자신감을 보여 왔다. 따라서 고어의 출마 포기는 연말연시를 맞아 정치적 호흡 조절을 하고 있던 공화당으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공화당은 내년 초 이라크전 공세 강화와 경제 전략 대폭 수정 등을 통해 재선 고지를 향해 정국을 주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제 민주당 경선 돌풍이라는 변수가 생겼다. 미 여론의 관심은 앞으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모아질 것이다. 반면 공화당은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이 정·부통령 후보로 확정돼 있어 새 바람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 고어에 가려 출마를 망설이던 민주당 인사들 중에 제 2의 빌 클린턴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아칸소 주지사 출신으로 무명에 가까웠던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혜성처럼 나타나 아버지 부시의 재선을 가로막았다.
부시 대통령 개인으로서도 난감하게 됐다. 부시는 2000년 고어와의 대결에서 득표수가 아니라 법원의 판결로 겨우 대통령 당선을 확정지어 '법선(法選)' 대통령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며 얻은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고어에 대한 설욕을 노려 왔건만 결국 정통성을 입증할 기회를 본의 아니게 놓치게 된 것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