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민간인 사기꾼에 의해 일본에서 돌아온 태평양전쟁 희생자의 유해가 구천에 떠돌게 됐다.■사기에 붕 뜬 유해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16일 '태평양전쟁 희생자 무연고 유해 봉환사업'을 미끼로 투자자로부터 돈을 받아 가로챈 S협회 비서실장 박모(62)씨를 사기죄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해 11월 일제때 강제징용돼 희생된 미환국 유해 모국봉환사업을 추진한다며 투자설명회를 개최, 강모(46)씨를 사업본부장으로 영입했다. 박씨는 지난해 일본법원이 해군 징용선 우키시마마루(浮島丸)폭침사건 희생 한국인에게 1인당 300만엔씩 지급하라고 판결한 사안을 마치 모든 징용희생자에게 지급하는 것처럼 속여 추진비 명목으로 강씨로부터 2억4,8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박씨는 이 과정에서 지난 9월 일본 오사카 지장원 등의 사찰에 안치돼 있던 유해 106기를 국내에 들여와 경기 파주시의 한 사찰 등에 보관했다. 그러나 박씨가 약속했던 보관료를 지불하지 않자 이 사찰이 더 이상 유해를 보관하지 못하겠다고 한데 이어 박씨마저 구속되는 바람에 유해는 자칫 길거리에 나 앉게 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대책 없는 한 문제 재발 가능
현재 일본에는 일본정부가 보관중인 유해 8,000기를 포함, 일반사찰에 안치중인 유해까지 포함하면 수십만기가 모국송환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청구권협상으로 사안이 종결됐다며 사실상 손을 뗀 상태다. 태평양전쟁 희생자 유족회 김태선(金泰仙) 서울지부장은 "억울하게 숨져간 선조들의 유해가 이국땅에 방치돼 있는데도 정부가 나서지 않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며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이 없는 한 일부 민간인들의 사기 행각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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