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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애널리스트 4人에게 듣는 내년 증시전망 / "식음료·오락株에 희망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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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애널리스트 4人에게 듣는 내년 증시전망 / "식음료·오락株에 희망건다"

입력
2002.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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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전 보여주세요."현대증권 제약·바이오·화장품 담당 애널리스트 조윤정 연구원은 동네 약국에 들를 때마다 환자들이 갖고 오는 병원 처방전을 자세히 살핀다. 전부 영어로 쓰여 있어 일반인들은 알 수 없지만 조 연구원의 눈에는 의사의 처방전이 제약사 실적의 중요한 시그널이다. "처방전을 보면 어느 회사 제품인지 대충 알죠. 이를 통해 어떤 약품이 잘 나가고 많이 쓰이는지 파악하고, 약사에게 왜 잘 팔리는지 알아봅니다." 약국 내 약품의 진열 상태도 유심히 본다. 어느 업체가 마케팅을 잘 해서 진열대의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도 기업 분석과 투자 판단에 중요한 잣대다. 조 연구원은 "기업분석을 즐기면서 하다 보니 저절로 부지런해진다"고 했다.

▶기업분석 우먼 파워

조연구원처럼 투자자들을 생활 속으로 끌어들여 경기 흐름을 읽게 하고 여성특유의 섬세함으로 기업을 분석해 '알짜 주식'을 골라내는 여성 애널리스트들이 여의도 증권가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증권사별로 1∼2명에 불과했던 여성 애널리스트는 최근들어 3∼5명 이상으로 급증하면서 우먼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담당 업종도 여성들에게 친숙한 음식료·화장품·소비재에서부터 철강·통신·항공·제약 등 전통 제조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이들이 내놓은 업종 전망과 내년 한국 증시의 '숨은 진주'들은 경기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실적을 이어가는 기업들이다.

▶식음료 독야청청

키움닷컴증권의 유통·의류·식음료 담당 여성 애널리스트 도은우 연구원은 매주 일요일 백화점 쇼핑을 갈 때마다 남성복 매장에 꼭 들른다. 미혼인 그가 양복 매장을 기웃거릴 이유가 없는 데다, 판매량과 가격 흐름은 물론 세일을 몇 번 했는지까지 캐물어 매장 직원이 어리둥절해 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경기가 안 좋으면 주부들이 소비를 할 때 자기 옷이나 아기 옷보다는 우선 남편 옷부터안 삽니다. 양복 세일이 잦아져도 경기가 나빠질 징조죠." 여성의류는 경기에 둔감한 반면 남성복은 집안 가계 경기와 가장 밀접하다는 게 도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내년 내수 경기가 둔화하면서 패션 의류·백화점 도소매 등 유통 분야는 다소 부진하겠지만 경기 변화에 덜 민감한 음식료업은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분석했다. 경기가 다소 나빠도 소비자들이 먹고 마시는 생필품 소비는 좀처럼 줄이지 않는데다 농심 풀무원 등은 최근 수익성과 성장성이 호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시장 지배력이 높아 가격결정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점이 강점이다. 영업이익이 그만큼 좋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 연구원은 "변화를 빨리 포착하는 것이 애널리스트와 투자자의 최고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게임 카지노 성장의 해

대우증권 기업분석부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담당 애널리스트 노미원 선임연구원은 기업 탐방의 바쁜 일상 중에서도 매주 금요일 빠짐 없이 영화관을 찾아 개봉작을 본다. "첫 상영 때 관객 반응은 관객 동원수와 밀접히 관련돼 있고 관객수는 제작사와 배급사의 수익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노 연구원의 설명. 어지간한 국내 온라인·PC 게임도 노 연구원의 손을 거친다. 요즘 한빛소프트에서내놓은 PC용 롤플레잉게임 디아블로2를 즐긴다는 그는 새로운 게임 출시와 중국 진출 호재가 있는 게임 업종 대표주 엔씨소프트와 내년 메인 카지노 개장을 앞두고 있는 강원랜드를 추천했다. 영화·음반 등 올해 엔터테인먼트 업종의 성장 둔화는 소비심리 침체 등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다가 하반기 경기 회복과 주5일근무제 확산 등으로 고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철강·제약 글쎄

일주일에 두 번꼴로 기업 탐방을 갈 정도로 증권가와 철강업계에서 '발로 뛰는 슈퍼 애널리스트'로 소문난 LG투자증권 이은영 연구원은 무엇보다 철강제품 '가격'에 주목한다. "철강재와 구리·아연 제품 등의 내수가격과 수출가격이 기업의 실적과 직결된다"고 말하는 그는 "내년 철강 가격은 상반기까지 상승하다 하반기 이후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철강경기가 그다지 좋지는 않다"고 했다. 세계적으로 철강 수요는 둔화되는데 철강회사들이 생산량을 늘리면서 공급은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수·수출가격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는 POSCO와 미국 경기가 회복되면 가격이 따라오르는 비철금속 분야 고려아연 풍산의 전망은 좋다. 현대증권 조 연구원은 제약·바이오·화장품 모두 내년 전망이 밝지 않다고 했다. 제약업계는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약가를 계속 내리고 있어 내년에 영업위축이 예상된다. 다만 내년에 고가약품 위주의 약가 인하 정책이 본격화하면 상대적으로 저가 상품이 많고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모두 갖춘 한미약품이 유망하다고 추천했다.

화장품의 경우 올해 방문판매시장에 업체들이 너도나도 뛰어들어 과잉경쟁을 벌이면서 내년에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카드발급 억제책을 쓰다보니 여성들이 카드로 화장품을 사는 수요도 많이 줄었다.

/김호섭기자 ·최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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