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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평생 잊지못할 일]78년 군사독재시절 시위연행 경찰들에 냉면집서 "대접"받아 "反독재" 한마음 박수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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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평생 잊지못할 일]78년 군사독재시절 시위연행 경찰들에 냉면집서 "대접"받아 "反독재" 한마음 박수였을까…

입력
2002.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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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5월, 통일주체국민회의 2대 대의원선거를 며칠 앞둔 어느 날, 학교 채플실을 나서던 나는 "저 년 잡아라" 하는 소리와 함께 형사들에게 붙들려 북부경찰서로 끌려갔다. 그 날 있었던 데모 주동자들인 선배, 동료들과 함께 연행되었다.연행된 며칠 후, 그 날도 형사들이 요구하는 반성문을 지루하게 쓰고 있는데 누군가 커다란 찜통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젊은 여자였다. 그러자 나이든 형사들까지 모두 일어나 인사를 했다. 여자는 설탕에 재어온 딸기를 그릇에 퍼서 조사를 받고 있던 우리에게 한 그릇씩 나누어주었다.

그 다음 날, 갑자기 어딘가 가야 한다며 이동 준비를 하라고 했다. 우리는 "아, 드디어 소문으로만 듣던 그 무시무시한 남산 안기부로 끌려가는구나"하는 말을 주고받으며 굳은 표정으로 경찰차에 올랐다.

그러나 우리가 내린 곳은 남산도 안기부도 아닌 '강포 면옥'이라는 냉면집이었다. 방에 들어서니 경찰서장이 몇몇 형사들과 함께 와 있었다. 식탁에는 음식들이 이미 차려져 있었다.

의아해 하는 우리에게 서장은 딱딱한 분위기를 풀어주며 편히 음식을 먹으라고 했다. 8명 정도 되었던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했고, 마치 어느 회식자리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 자리에서 선배 한 사람은 구성지게 노래까지 불렀다.

그 다음 날은 일요일이었다. 신학대학생들이던 우리는 전날 형사들에게 우리끼리 예배를 보게 해 달라고 이야기를 해놓은 상태였다. 경찰서 강당에는 풍금까지 있었다. 내가 반주를, 선배와 동료들이 사회와 성경봉독, 설교 등을 맡기로 하고 예배 순서까지 짰다. 막 예배를 드리려는데 경찰서장이 며칠 전 우리에게 딸기를 나누어주었던 그 여인과 함께 들어서는 게 아닌가. 유치원생 정도 돼 보이는 서장의 딸과 아들도 뒤따라 들어왔다. 서장의 가족에게 우리는 특송을 부탁했다. 그날의 헌금은 며칠 전 어머니를 여읜 형사에게 조의금으로 전달했다.

그 살벌하던 시절, 경찰서장이 우리에게 온정을 베풀었던 것은 유화정책의 일종이었을까, 아니면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의 말을 따른 걸까, 아니면 자신을 대신해 독재정권과 싸우고 있던 젊은이들에게 마음의 박수를 보냈던 것일까. 가끔 그때 일을 떠올리노라면 그것이 궁금해진다.

강 맑 실 (주)사계절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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