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중계동 목화아파트 410동 108호는 서울시 정신지체인 복지관이 지원하고 있는 70여개의 그룹홈 중에 하나이다. 이 집에서 동고동락하고 있는 사회재활교사 이경아(李庚娥·31)씨. 그는 이곳을 '하늘 닮은 집'"이라고 소개했다. 모든 종목 모든 선수들의 이름을 외우고 있는 만능스포츠맨 송승원(38)씨, 잘생긴 외모로 여자 친구들에게 인기가 좋은 허윤(26)씨, 요리 재주꾼인 성상재(24)씨가 현재 이 집의 식구들이자 이 교사의 친구들이다. 그룹홈이란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함께 생활하고 의지하며 자립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공간.이 교사가 이 집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8년부터. 대학 학보사 시절 장애인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93년 졸업 후 정신지체인 수용시설에서 장애인도우미 생활을 하다 그룹홈에 지원했다.
그동안 그가 이곳에서 자립을 도왔던 친구들은 모두 10명. 그는 근 3년 동안 이곳에서 함께 기거했고, 전일(全日)홈에서 반자립홈으로 바뀐 지난해 9월부터는 1주일에 하루 정도만 이곳에서 자고있다.
그는 "혼자서 힘든 때도 많았지만 마음속으로 고마워하는 그룹홈 친구들의 격려와 주위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이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우연히 알게 된 동네파출소 직원은 근무지가 바뀌어도 라면박스를 들고 찾아왔고, 올 초 돌아가신 110호 할머니는 수시로 김치전을 들고 와 식구들에게 힘을 주었다. 그룹홈을 알리는 소식지 발간을 주도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말 인터넷 카페에 '하늘 닮은 집'을 개설, 이 집 생활을 사람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그룹홈 친구들은 사람들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사회를 배우고 있다.
그는 내년에 '이 일을 이해하고 도와 줄 사람'과 결혼할 예정이다. "아이를 갖게 되면 그 자체가 친구들에게 자연스러운 성교육이 될 것"이라는 그는 장애인 친구들에게는 영락없는 '하늘 닮은 선생님'이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