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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37)소나무의 월동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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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37)소나무의 월동준비

입력
2002.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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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야청청 푸르른 소나무가 가장 돋보이는 계절입니다. 어디 소나무뿐이겠습니까. 전나무, 잣나무, 구상나무…. 낙엽이 지고 회갈색 나무줄기가 즐비한 숲에서 상록수들의 푸르름이 새삼스럽게 느껴집니다. 지난 주 내린 눈들은 아직도 진초록빛 가지 위에 잔설로 남아 있고 시리도록 푸르러진 하늘이 그 나무들을 떠받쳐준 광릉 숲 모습은 겨울 풍경의 백미입니다. 바로 이즈음에 볼 수 있습니다.낙엽이 지는 나무들은 조직이 약한 잎들을 모두 떨궈버리고 양분의 이동통로를 차단해 버렸지만 소나무의 푸른 잎은 추운 겨울을 어떻게 견뎌내는 것일까요? 눈에 두드러지지 않아도 소나무의 잎들도 조금씩 겨울에 적응하도록 자신을 변화시킵니다.

한 예로 소나무 잎은 지방질이 많습니다. 겨울이 다가오면 지방의 함량이 더욱 많아지면서 겨우내 조금씩 견디며 소모할 에너지를 저장하고 더불어 외부 추위를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찬 기운이 드나드는 구멍을 막는 일도 중요합니다. 낙엽지는 나무는 잎이 달렸던 자리에 떨켜를 형성하면서 이 일을 마감했지만 푸른 잎을 그대로 달고 있어야 할 소나무의 잎들은 잎의 조직 속으로 차가운 바람이 드나들 공기구멍 주변에 두꺼운 세포벽과 아주 두꺼운 왁스층을 만들어 효과적인 열과 물 관리가 가능토록 하고 있습니다.

나무들은 더러 겨울 추위를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터전을 확대하는데 이용하기도 한답니다. 절벽의 바위틈에 살고 있는 나무들은 워낙 물이 부족하므로 실뿌리를 많이 만들어 주변의 습기를 가능한 한 최대로 모아 놓습니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물이 얼어 부피가 늘면서 바위가 벌어지고, 그 틈새로 뿌리는 깊이 깊이 들어가는 것이지요. 나무뿌리가 바위를 자르는 힘의 원천은 뿌리가 모아놓은 작은 물방울들과 자연을 끌어들인 나무의 지혜였습니다.

사실 나무가 추위로 피해를 입는 대부분의 계절은 겨울이 아닙니다. 겨울은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완벽하게 준비했으므로 걱정이 없지요. 오히려 봄이 온 줄 알고 방심하여 연한 조직을 내어놓은 이른 봄에 동해를 입는 경우가 많답니다.

겨울이나 삶의 어려움도 미리 준비하면 견뎌내기 수월치 않을까 싶습니다. 더욱이 우리는 겨울을 지낸 나무들이 더욱 강인해 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유 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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