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중소기업청은 '불법체류 문제와 외국인력제도'라는 장문의 보도 참고자료를 내놓았다. 중기청이 이 같은 해명성 자료를 언론에 배포한 것은 11월말 이후 벌써 세번째.이 자료의 요지는 "본청이 관리·감독하는 합법적인 외국인 근로자인 산업연수생과 여행·친지방문을 목적으로 입국한 뒤 체류기간을 어긴 불법체류자는 엄연히 다르다. 불법체류자들이 당하기 마련인 인권침해는 산업연수생과는 상관없다"는 것이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도 약속이나 한 듯 지난달 22일 '외국인 산업연수생 제도 개선안' 보도자료의 4분의 3 이상을 "산업연수생은 인권침해로부터 자유롭다"는 주장에 할애했다.
현재 합법적으로 취업하거나 연수를 받고 있는 산업연수생 3만2,000여명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는 드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더 많은 월급을 받기 위해 연수업체를 이탈한 '불법' 산업연수생 5만7,000여명을 포함한 불법체류자 30여만명은 열악한 환경에 노출된 경우가 적지 않다.
불법 이탈자가 많은 것 자체가 산업연수생 제도의 결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 불법체류자들이 근무하는 곳도 다름아닌 중소기업들이다. 그런 점에서 불법체류자 때문에 빚어지는 인권침해 등 많은 문제점에서 중기청과 기협중앙회가 자유롭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이 두 기관은 불법체류자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유감의 뜻을 밝혀본 적이 없다. 또 잘못된 제도를 바로 잡는 데 힘을 기울이기 보다는 자신들은 무관하다는 해명에 급급한 모습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산업연수생 제도의 개선과 고용허가제 추진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어 변화가 불가피한 마당에, 중기청과 기협중앙회의 이런 움직임은 '밥그릇'을 뺏길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으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
김태훈 경제부 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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