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도 없는 숲에서 길이 2m 남짓의 비행기가 수직 이륙한다. 최고 속도 시속 500㎞로 날아 적진을 정찰한다. 5시간 임무를 수행한 후 다시 수직 착륙한 비행기. 그런데 어? 조종사가 없다.10년 뒤 모습을 드러낼 '스마트 무인기'를 상상한 장면이다. 항공우주연구원은 16일 '스마트 무인기 기술개발사업 개소식'을 갖고 스마트 무인기 개발에 본격 시동을 건다. 앞으로 10년간 1,400억원을 들여 고속순항, 수직이착륙, 자율비행이 가능한 고성능 무인기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스마트'라는 의미는 충돌위험을 스스로 인식해 피하고, 임무를 자율적으로 판단하며, 자체 고장을 자가진단· 복구하고,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등 첨단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는 뜻. 기존의 무인기는 유인 경항공기보다 사고율이 100배나 높고 활주로가 필요하다는 점 등 한계가 있으나, 이보다 한단계 발전한 스마트 무인기는 쓰임새의 폭이 넓다.
지금까지 첨단 무인기는 군수용 정찰기와 전투기로 개발됐다. 미국, 이스라엘 등이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무인기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대형 정찰기인 글로벌 호크를 개발해 아프가니스탄전에 사용했고, 현재 X-45와 같은 전투기를 개발중이다. 1998년 미국 의회는 2010년까지 침투공격기의 3분의 1을 무인기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가 하면 앞으로는 민수용 무인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야마하는 4∼5년 전 Rmax라는 농업용 무인기 상용화에 성공, 농약 살포 등에 활용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은 ERAST(Environment Research Aircraft & Sensor Technology)라는 세계 최대 민수용 무인기 개발 프로그램에 착수, 기상관측, 해양관측 등 각종 과학 연구에 활용할 예정이며 일반 탐사용 무인기도 개발중이다.
사업단의 임철호 단장은 "우리가 개발할 스마트 무인기는 정찰, 해양관측, 기상관측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며, 이미 활용의사를 밝힌 곳이 많다"고 말했다.
스마트 무인기 개발에 가장 큰 기술적 난관은 고정날개로 수직 이착륙하고 비행하는 기술이다. 물론 회전날개인 무인 헬기의 경우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지만 고속으로 비행하는 데에는 고정날개가 유리하다. 충돌 위험을 스스로 판단하고 피해가는 등 '똑똑한' 비행기를 만드는 데에는 전자 통신 인공지능 등의 기술이 필수다.
항공우주연구원은 지금까지 24시간 이상 체공이 가능한 장기체공 소형무인기, 고도 20㎞ 이상 성층권까지 올라갈 수 있는 대형(길이 300m) 무인비행선 등을 개발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0년대 스마트 무인기를 개발, 세계 5위권의 무인기 선진국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 분야가 신생 기술분야라 선진국과 기술격차가 크지 않다는 점도 자신감을 갖게 한다. 개발에 성공하면 세계시장의 10%를 점유하는 등 연간 3조원의 직접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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