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면서 두통이나 안구건조, 코막힘 등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건물이나 자동차 등에 환기가 잘 되지 않아서 발생하는 '빌딩증후군(Sick Building Syndrome)'때문이다.한양대병원이 한 건물에 생활하는 46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 많은 사람들이 만성피로(92%)와 눈 충혈(69%), 어깨통증(68%), 현기증(64%), 기침(59%), 메스꺼움(52%)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에서는 건물 내 환경을 '제3의 피부'라고 생각해 철저히 관리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빌딩증후군에 대한 인식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빌딩 증후군 증상으로는 눈·코·목 등의 점막이 따갑거나 시큰거리는 느낌, 두통, 현기증, 메스꺼움, 비염과 천식 등 각종 알레르기, 전신 피로 등과 같은 신체적 증후에서 무기력감, 불쾌감, 기억력 감퇴 등 정신적 증상까지 매우 다양하다.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는 건축자재와 사무용품에서 방출되는 라돈, 석면, 포름알데히드 등 화학 물질과 세균·곰팡이, 휘발성 물질 등을 효과적으로 제거하지 않으면 빌딩증후군뿐만 아니라 기관지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만성 폐렴 등과 같은 심각한 만성 질환에 걸리기 쉽다. 일반 가정에서는 먼지와 집먼지진드기, 담배연기, 난방취사기구에서 나오는 연소가스 등으로 인해 실내 공기가 오염된다.
이 같은 빌딩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창문을 자주 열어 환기를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이비인후과 이상덕 원장은 "2∼3시간마다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시켜 실내 온도를 적당히 유지하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빌딩증후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근무환경은 채광, 온도, 습도, 공기정화 등을 자연환경에 가장 가깝도록 유지하는 것이 좋다. 실내 온도는 16∼20도, 습도는 40∼60%가 적당하며 실내 구석구석에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자주 청소해야 한다. 근무 시간 중 중간중간 바깥바람을 쐬면서 몸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하거나,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빌딩증후군 예방에 도움이 된다. 송년회가 잦은 요즘에는 가급적 노래방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술과 담배를 함부로 하며 목을 혹사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또한 실내에 녹색식물을 기르는 것도 공기 정화에 많은 도움이 된다. 녹색식물은 오염된 공기를 빨아들이고 산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물로는 형광등 불빛으로도 잘 자라는 벤자민, 고무나무, 골든 포토스 등이 있고, 햇빛이 잘 드는 곳이라면 아이비나 국화, 진달래 등도 권할 만하다.
운전할 때에도 자주 창문을 열어 공기를 환기시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실제 겨울철에 창문을 닫은 채 10분만 운전해도 차내 탄산가스량이 자연 상태보다 3배 정도 많아진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는 "겨울철에는 빌딩증후군 환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각자 자신의 주변환경을 신체상태에 맞도록 조절하고 운동량을 늘려 신체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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