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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고]선거와 유권자 / 차별성 없는 "후보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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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고]선거와 유권자 / 차별성 없는 "후보 브랜드"

입력
2002.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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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폭로공방과 공약을 둘러싼 논쟁이 대통령 선거 막판을 얼룩지게 하면서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있다. 미디어 정치의 역기능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후보의 품질을 도마 위에 놓고 칼질하기에 여념이 없다. 막판 여론몰이의 열풍이 후보자의 이미지 문제로 귀착되고 있다.새로운 선거토론의 가능성을 보인 최근 TV 합동토론에서조차 흠집내기, 상호비방이 난무하면서 급기야는 지지 후보를 놓고 유권자간의 분열양상이 점증하고 있다. 특정 후보를 둘러싼 커뮤니티가 지나친 결속 현상을 보이면서 집단적 사고로 인한 병폐마저 우려되는 요즈음이다. 문제는 유권자의 향배이다. 최근의 작태 속에 유권자의 의사결정은 마치 마켓에서의 제품 구매를 위한 소비자 행동을 연상케 한다.

"기업은 제품을 만들고 소비자는 브랜드를 선택한다"는 명제는 오랫동안 글로벌 마켓의 낭만적인 해법으로 회자되어 왔다. 현대 시장이 제조업자 중심에서 소비자의 독점적 권리가 보장되는 시대로 변모해 가고 있음을 풍자한 의미다. 다시말해, 정당은 제품으로서의 정치인을 배출하지만 유권자는 브랜드로서의 후보자를 선택한다는 원리이다. 유권자의 선택은 그만큼 명확하고 구체적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TV나 신문 등에 의한 소위 미디어(매체) 선거는 유권자에게 후보자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의사결정을 위한 기본 정보를 제공한다. 또 후보자의 자질이나 인성을 통한 이미지 부각의 기능을 제공하는 순기능이 있다.

그러나 대중매체를 통한 선거는 유권자를 한없이 수동적, 감성적 존재로 폄하한다. 그러면서 후보자의 정강정책이나 수행능력이 검증되는 이성적 정보보다는 제스처, 표정, 외모, 어휘, 억양 등 감정적 요소를 제공하는 수단으로 전락되어 오히려 역기능이 현저하게 노출되어 왔다. 매체를 이용한 브랜드 정치, 브랜드 선거는 후보의 포장을 이용한 값싼 이미지 부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매체 정치가 현대 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완화하는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나 유권자의 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공적 책임에는 미흡했다. 요컨대, 최근 유권자들의 의사결정 성향이 후보자의 자질, 역량, 이미지 등에 집중되고 있는 반면 이들이 나에게 어떤 권리를 보장하며 어떤 혜택을 줄 것인가에 대한 실리적 사고가 배제되어 있다. 대중매체의 책임도 크겠지만 후보 브랜드들이 차별화 된 혜택과 명확한 정체성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이는 남이 하니까 뒤쫓아 가는 '따라하기(me-too) 마케팅'의 전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유권자가 과거 감상적 동기에 의해 후보자를 선택하는 시절은 이제 지났다. 대중매체의 허구를 활용한 호소정치, 이미지 정치는 이제 후보자의 오만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합리적 토론, 건전한 비판, 실리적 혜택을 동반한 현실적 브랜드가 존중되어야 한다.

김 유 경 한국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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