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플루토늄 추출, 핵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폐연료봉에 손을 대는 것은 현재 북핵 사태의 인계철선이 끊어지는 것과 다름이 없다.리제선 북한 원자력 총국장은 12일에 이어 14일 다시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핵 시설 봉인 해제와 감시카메라 철거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 "IAEA가 시급히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우리가 일방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으며 추가 조치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북한 관영 언론들도 연일 핵 동결 해제 선언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핵 감시체제 철회를 행동으로 옮기기 위한 '명분 쌓기'에 주력하는 듯한 분위기이다.
다만 북한은 핵 시설만 말할 뿐 폐연료봉 재처리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또 핵 시설 가동은 전력 생산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핵 개발 계획 시인에 대해서도 '미국 특사가 제멋대로 만들어낸 말'이라고 강력 반박하고 있다. 북한의 말대로라면 핵 동결 해제 선언이 직접적으로 핵 무기 개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북한의 이중적인 태도는 1994년 핵 위기 때처럼 벼랑 끝 전술과 대화를 병행하기 위한 심리전인 것으로 보인다. 핵 시설 가동이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긴장을 고조시키면서도 위기관리는 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봉인과 카메라를 없애겠다'고 나서지 않고 굳이 IAEA에 제거를 요구한 것도 미국의 태도를 지켜본 뒤 대응 수위를 결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노동신문은 14일 논평에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한 뒤 불가침 조약 체결을 다시 요구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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