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어린왕자'를 보면 어린왕자가 두 번째 별에서 허풍선이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이들의 대화는 허풍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꼬집고 있다. 허풍선이는 어린왕자를 만나 자신이 별에서 가장 잘 생기고 가장 옷을 잘 입고 가장 부자고 가장 똑똑하다고 인정해 달라고 '구걸'한다. 자신이 혼자 살고 있는 별에서 말이다. 하지만 그는 상대방을 통해 부풀려진 자신의 모습을 보고 스스로 만족해 하는 고독하고 보잘 것 없는 사람이다.알퐁스 도데도 그의 소설에서 인간은 스스로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남들이 자신을 보고 부러움으로 침 흘릴 때 비로소 행복을 느끼는 존재라고 말한다. 허풍은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처음에는 선의로 시작하는 허풍은 상대가 감탄하는 모습을 보면 박진감이 생기고 탄력이 붙는다. 그러나 좀더 시간이 흐르면 바보가 아닌 이상, 상대는 그것이 허풍이란 걸 눈치 채고 어이없어 하지만 그땐 이미 수습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른 다음이다. 그래서 더 그럴듯한 이유를 달게 되고 허풍은 점점 눈덩이처럼 커진다.
이쯤 되면 상대는 측은한 마음에 어린왕자처럼 맞장구를 쳐줄 수밖에 없다. 그러면 허풍선이는 그걸 칭찬으로 착각하고 더욱 허풍을 늘어놓게 된다. 그러다 결국은 현실과 공상의 구분은 사라진다. 자아도취에 빠져 자기가 말하면서 감탄하는 무아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것이 바로 허풍의 본질이다.
앞으로 사흘 뒤면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다. 후보자들은 서로 앞다투어 공약을 내놓았다. 한 후보가 공약을 내놓으면 그 다음날 곧바로 보다 강도를 높인 엇비슷한 공약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 중에는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의문이 생기는 내용들도 부지기수다. 이렇게 공약들이 난무하다 보니 유권자들은 누가 어떤 공약을 내놓았는지도 헷갈릴 정도다. 그들이 목청 높여 떠드는 공약이 허풍선이들이 늘어놓는 허풍이 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정찬호 정신과전문의·마음누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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