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 등 한·미·일 정상이 연쇄 전화회담을 갖고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했다.그러나 '평화적 해결'이라는 수사에도 불구하고 타협의 접점을 찾기도 쉽지 않아 당분간 한반도 정세는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불침공 의사를 재확인했지만 미국은 '선 핵폐기 후대화' 입장에서는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도리어 이번 전화통화에서는 '북한 달래기'를 위한 대화는 없다는 태도를 더욱 굳힌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상황이라면 북한도 핵 시설 가동을 위한 구체적 행동의 수순을 밟아나가는 과정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미·일의 대응은 무엇보다 북한의 핵 동결 해제가 실제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도록 '외교 압력'의 강도를 높여가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미일 정상과의 전화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구체적 대응 조치나, 행동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양 정상들과의 전화통화를 토대로 북한의 행동을 지켜보며 실효성 있는 협의를 진행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일본은 현재 유지되고 있는 대북 대화 채널을 통해 북한이 핵 동결 결정을 철회토록 설득하는 데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중국 러시아 측과도 접촉, 북한 우회 설득에 나서는 등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연대를 강화하고 나섰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외교부장과 전화 접촉을 통해 북한 핵 동결 해제 선언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대북 설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병행해 실질적인 대북 압박 조치의 하나로 경수로 사업 중단 등의 조치도 고려될 수 있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이사회는 지난달 이미 "핵무기 개발 계획 폐기에 대한 가시적인 조치가 없을 경우 경수로 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혀 중유 공급 중단 다음 단계의 대북 조치가 경수로 사업 중단임을 예고했다.
그러나 대북 중유제공 중단조치가 '전력 생산을 위한 핵 시설 재가동'이라는 빌미를 줬듯, 앞으로 가해질 대북 압력들이 북한의 '행동'을 재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미·일은 숙고를 거듭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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