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13일 서울대 연세대, 그리고 대구대에서는 규모는 작지만 의미는 결코 작지않은 한판의 축제가 벌어졌다. 처음으로 대학캠퍼스 안에서 부재자투표소가 이뤄진 것이다.부재자 투표가 시작된 12일 오전 10시부터 이들 대학의 투표소에는 학생 유권자들이 줄을 이었다. 서울대에서는 정치학개론 수강생 40여명이 단체로 투표에 참여하며 수업을 마무리했고, 학교 밖 고시생들까지도 찾아와 한 표를 행사했다.
연세대에서는 이화여대 서강대 등 인근 대학의 학생들까지 찾아와 투표하는 이들을 격려했다. 아예 투표소를 데이트 장소로 삼은 캠퍼스 커플들도 눈에 띄었다.
거소요건 충족 인원이 1,893명임에도 선관위의 배려로 정문 안내실에 투표소를 설치할 수 있었던 대구대에는 그토록 투표하기 어렵던 장애학생들도 모습을 보였다. 12일 기말고사를 끝내자마자 투표소를 찾았다는 뇌성마비 1급 장애인 이정호(22·사회학과 2년)씨는 "투표소까지 가는 길이 이렇게 쉬운 줄을 미처 몰랐다"며 "난생 처음 투표해 본다"고 흐뭇해 했다.
물론 크게 보아서는 여전히 일부일 테지만 적어도 이날 투표소에 나온 20대들은 "직접적인 이해가 걸린 일이 아니면 결코 나서지 않는 무책임한 세대"라고 비난받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정당 관계자들이 부재자투표소까지 유권자를 실어나르는 속 보이는 선심을 쓰거나, 투표소 옆에 굳이 자기네 후보를 지지하는 대자보를 갖다 붙였다가 말썽을 빚은 행태는 이날 대학가의 축제 같은 투표 분위기 속에서 두드러지게 낡고 초라해 보였다.
연세대 투표소에서 만난 학생은 "우리의 투표행위를 특정후보에 대한 유·불리 논리로 재단하지 말라"며 "정치현실에 절망해온 젊은이들이 올해 월드컵과 여중생 사망사건 등을 통해 냉소나 침묵보다 훨씬 더 큰 참여의 힘과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향란 사회1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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