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21의 정몽준 대표가 노무현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서고, 자민련의 이인제 총재 권한대행이 이회창 후보 지지 행보를 시작하는 등 정치권이 완전 양분 양상이다. 정 대표는 13일 노 후보와 회동을 갖고 공조를 마무리지은 데 이어, 오후에는 대전에서 공동유세를 벌였다. 이 대행은 김종필 총재 때문에 자민련이 이 후보 지지를 공개 표명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대전을 방문, 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자민련의 몇몇 의원들도 이 후보 지지로 돌아섰고, 심대평 충남지사도 사실상 이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16대 대선이 31년 만에 양강구도로 치러지기 때문에 불가피한 현상이긴 하지만, 정치권이 중간지대 없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정치권 뿐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과 각종 직능단체들도 지지후보 표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바람에 대선양상은 통합보다는 분열 쪽으로 확연하게 흐르고 있다. 한나라당사와 민주당사는 물론 민주노동당 당사까지 지지대열의 물결에 휩싸여 있다는 얘기다.
선택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사회에서 지지후보를 공개 표명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사회 각계가 분열되는 것은 심각한 후유증을 가져올 수도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밝히는 것까지는 좋으나, 대부분의 경우 상대후보를 비난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것도 문제다.
선거가 분열 양상으로 치닫는 것은 각 후보진영이 세(勢)과시를 위해 편가르기와 줄서기를 강요하고 있는 게 가장 큰 요인이다. 미디어 선거가 정착됐고, 광활한 사이버 공간이 있는데도 구태의연한 선거전략을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나라의 앞날을 생각하는 책임있는 후보와 정당이라면 선거후를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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