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를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제15회 세계 에이즈의 날이었던 12월1일을 기해 2002∼2003년의 캠페인 슬로건을 더불어 살기(Live and let live)로 정한 세계보건기구(WHO)는 감염자들의 인권을 강조하고 있다. 개도국·빈국의 환자들에게 약물 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캠페인도 어제 시작됐다. 캠페인을 주관하는 국제 HIV치료연맹은 각국 보건프로그램에 대한 평가와 값싼 치료제 보급활동을 벌일 계획이다.이런 해외의 움직임과 달리 우리는 태평스럽기만 하다. 하루 한명꼴로 감염자가 늘어 총감염자가 2,000명을 육박하고 있으나 예방과 관리는 여전히 허술하다. 감염자들의 기본권 보호를 말하기가 부끄럽다. 우리는 지금 1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WHO 사무총장 선거에서 한국인이 당선되게 하려고 애쓰고 있으나 에이즈 관리후진국으로서는 낯간지러운 일이다.
6개월 전 에이즈에 감염된 주부가 수많은 남성과 성관계를 해 충격을 주더니 최근엔 에이즈에 걸린 남성동성애자들이 남녀 30여명과 성관계를 하고 살인까지 벌였다. 실제 피해자는 더 많을 것이라고 한다. 보건당국에서 정기적으로 검진과 치료를 받아온 사람들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접촉대상자를 구했으니 얼마나 관리가 엉망인가를 알 수 있다. 감염자가 콘돔을 사용하지 않고 성관계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지만 점검조치도 당연히 없었다. 더 놀라운 것은 에이즈에 관한 기본상식이 없어 감염자가 살해된 현장을 경찰이 1주일이나 방치한 채 국립보건원과 책임공방을 벌인 일이다.
에이즈는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예방과 관리가 철저하지 않으면 보건선진국이 될 수 없으며 국제사회에서 대접 받을 수 없게 된다. 전지구적인 문제의 해결에 동참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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