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벼랑 끝 전술'이 점점 압박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12일 핵 동결 해제를 발표한데 이어 13일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대해 관련 핵 시설 봉인과 감시카메라의 제거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94년 5월 영변의 5㎿원자로에서 꺼내 수조에 넣어 둔 폐연료봉 8,000여개와 원자로 자체 핵심 시설 등의 봉인과 폐연료봉을 넣어 둔 수조와 재처리 시설인 방사화학 실험실 등에 설치된 감시카메라의 철거를 요구한 것이다.첫날 핵 동결해제선언이 다분히 대미협상 촉구의 시위 성격이라면 핵 시설봉인과 감시카메라 철수요구는 구체적인 행동돌입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파장이 예사롭지 않다. 만약 북한이 IAEA의 경고를 묵살하고 자체적으로 봉인을 풀고 감시카메라를 제거한다면 이야말로 군사적 조치까지 포함된 미국의 즉각적인 대응을 부를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이 최악의 상황까지 각오하고 사태를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최근 수년간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개방화를 북한이 하루아침에 무산시키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태도여하에 따라 핵 동결을 지속할 의사가 있음을 밝히는 등 일련의 강·온을 배합한 공세는 어떻게 하든 미국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들이려는 고 단위 압박 작전이라는 것이 설득력 있는 해석이다.
이 시점에서 북한이 알아야 할 것은 더 이상 '벼랑 끝 전술'로는 얻을 게 없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부시 행정부 내 강경파들에게 '봉쇄'의 빌미만 제공할 뿐이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도 경수로건설중단 등 성급한 대응을 삼가야 한다. 한미 두정상이 13일밤 북한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추구키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정부도 모든 채널을 통해 북한이 오판을 않도록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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