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소산호 나포 사건으로 대 테러전에서 공조 체제를 유지해 온 미국과 예멘 간 신뢰에 금이 가 양국 관계가 불편해질 전망이다.양국은 미국이 예멘에 미사일 부품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북한에 제재를 가했던 8월에 이 문제로 부닥친 적이 있다. 당시 미국은 에멘에 미사일 부품 구매 사유를 추궁했고, 예멘은 사과와 함께 북한으로부터 미사일을 구입하지 않겠다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미국 내에는 예멘의 이번 북한 미사일 도입은 약속 위반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이번 15기의 미사일 구매 계약이 8월 약속 이전에 체결됐기 때문에 예멘에 미사일을 구입할 권리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국방부의 관리들은 예멘의 약속을 과거 체결한 계약 분의 인도 포기까지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 의회 내에도 소산호의 예멘행을 허용한 데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예멘은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9·11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대 테러전을 적극 지원해 왔지만 미사일 확산 국가로 국제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북한으로부터 미사일을 도입해 온 것이 현장에서 발각됐기 때문이다. 수 일 전 미국으로부터 소산호에 관한 확인 요청을 받았음에도 전혀 아는 바 없다는 반응을 보인 데서도 예멘측의 당혹함이 드러난다. 예멘으로서는 앞으로 방위력 강화를 위해 유사한 무기를 도입하는 것이 어려워진 것도 불만일 것이라고 미 관리들은 말했다.
파월 장관은 미국과 예멘이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소산호를 풀어준 이유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예멘에 대한 압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1991년 걸프전 때 예멘이 이라크를 지지한데서 알 수 있듯이 과거 양국 관계는 좋지 않았다. 예멘은 오사마 빈 라덴의 선조들의 고향이고, 알 카에다 등 수많은 이슬람 전사들의 산실이다. 미국과의 밀월 기간은 불과 1년 남짓할 뿐이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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