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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부대변인 58(18+4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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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부대변인 58(18+40)명

입력
2002.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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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면 '반짝 특수'를 누리는 곳이 정당의 대변인실이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해도 너무 한다. 한명의 대변인만으로 모자라 대변인을 복수로 하거나 세 명으로 한 것은 그렇다 치자. 실제로 한나라당은 남경필 대변인에다가 조윤선 대변인을 추가했고, 민주당은 이낙연·문석호·이미경 대변인의 트로이카 체제로 운영된다. 하지만 부대변인단의 실상을 보자. 한나라당의 부대변인은 상근 7명에 비상근 20명이다. 민주당은 11명의 부대변인을 두고 있고, 지구당 위원장 등 20여명을 비상근 부대변인에 임명했다. 양당에 18명의 상근, 40여명의 비상근 등 모두 58명의 부대변인이 포진해 있는 것이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지만, 세계 어느 나라 정당에 이처럼 대규모 대변인단이 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부대변인의 역할은 '어떻게 하면 상대후보를 아프게 후벼 파느냐'라고 보면 된다. 네거티브 캠페인이 주종을 이루다 보니 될 수 있으면 말초신경을 건드려야 하고, 저급한 표현이라도 좋으니 유권자들의 감성에 호소해야 한다. 이들이 쉴 새 없이 쏟아내는 각종 성명과 논평은 읽는 자체가 고역이다. 표현이 지나치거나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명예훼손이나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 당하기 십상이다.

■ 정치개혁을 얘기할 때 정당의 대변인제를 폐지하자는 의견이 강하게 대두된 적이 있었다. 상호비방과 무의미한 정치공방의 원천을 없애자는 취지다. 대변인이 소속 정당의 집약된 입장을 국민에게 알리는 순기능보다는, 무리한 표현과 상대방 자극으로 정쟁의 원인을 제공하는 역기능을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상당수 정치인들이 이에 공감했고, 정몽준 의원이 만든 '국민통합21'은 결국 두긴 했지만 한때는 대변인 없이 운영됐다.

■ 사회 각 분야는 살아 남기 위해 구조조정을 하고 있지만, 정당 대변인실만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선거 때의 일시적 현상이라지만, 한번 비대해진 대변인실이 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스스로가 군살을 빼기는 어려울 것이다. 각 당이 무리하게 양산해낸 정치 예비군인 부대변인들을 선거가 끝난 뒤 어떻게 할지 지켜볼 일이다. 정치권이 이래 놓고도 기업이나 공직사회 등에 구조조정을 요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병규 논설위원 veroic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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