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스커드 미사일을 적재한 북한 화물선의 예멘 행을 허용한 것은 표면상 국제법과 대 테러 전에서의 예멘의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한 불가피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미국은 이번 사건을 통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 저지를 외치면서도 북한제 미사일의 중동지역 배치를 허용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국내외로부터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미국은 11일 백악관과 국무부 대변인을 통해 나포 선박 억류 해제가 국제법상 한계 때문이었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대신 미국은 예멘으로부터 이번 수입이 북한과 체결한 계약의 마지막 선적이며, 국가방위 차원에서 수입한 미사일을 다른 곳으로 전용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았음을 강조했다.
이같은 설명은 전날 소산호 나포를 "북한 미사일 수출 저지를 위한 완벽한 군사 작전의 성공"이라고 치켜 세웠던 태도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이런 상황은 이 사건이 미국이 의도했던 것과는 달리 다른 방향으로 진행됐음을 의미한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에 대해 "미국 정부의 갑작스런 뒤집기 결정은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막는 것과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동맹국을 확보하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 놓인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7월 예멘 정부로부터 북한의 미사일을 수입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었다. 이 약속은 미국이 그 이전의 북한산 미사일 수입과 관련, 예멘에 대해 경제제재 조치를 하지 않은 결정적 이유이기도 했다.
미국이 이런 약속에도 불구하고 예멘의 미사일 소유권을 인정한 것은 아라비아 반도에서 알 카에다 소탕을 위해 벌어지는 대 테러전의 동맹국인 예멘의 전략적 가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은 예멘의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북한의 무기 판매보다는 알 카에다 봉쇄가 더 우선하는 목표임을 분명하게 드러냈다"고 밝혔다.
미국은 무기수출 현장을 적발함으로써 전세계에 대량살상무기를 확산하고 있는 북한의 의도를 보여주는 소기의 성과는 달성한 셈이다. 하지만 결국 방어를 명분으로 한 예멘의 미사일 수입을 저지하지 못함으로써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대량살상무기 확산 차단의 명분을 희석했다는 비판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됐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차관보는 "미국의 이번 행동은 혼란스럽고 모순되는 것"이라며 "이제 미국이 다른 나라에게 북한 미사일을 사지 말도록 어떻게 설득할 수 있겠는가"고 반문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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