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대표간의 선거 공조가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 됐다. 두 사람은 만나 공조를 위한 구체방안을 논의키로 했고, 양당은 정책합의문에 서명했다. 하지만 투표일을 불과 7일 앞두고 진통 끝에 이뤄진 공조는 모양이 많이 일그러졌다. 후보 단일화를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 한국정치에서 약속이 지켜진 드문 선례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평가했던 우리는 18일간 계속된 지루한 공조협상이 단일화의 취지를 많이 퇴색케 했다고 본다.정 대표가 막판에 들이민 '정부 운영의 공조' 보장은 다름아닌 지분요구와 권력 나눠먹기다. 박빙의 선거에서 한 표가 아쉬운 후보를 압박하는 모습은 참신함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정 대표는 깨끗한 승복을 했던 연장선상에서 공조에 대한 태도를 보다 일찍이 분명히 했어야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보장이 오갔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 외치(外治) 부분을 정 대표측이 맡으리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음을 주목한다. 분명한 것은 국민은 대통령을 선택했지, 대통령이 되는데 도와준 사람을 택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양당은 정책합의문에서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인 대북문제를 "핵 개발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정부차원의 현금중단이 고려될 수 있다"고 어정쩡하게 봉합했다. 2004년에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발의하고 국정원을 폐지하며, 행정고시를 없애는 등 정 대표의 대표적 공약이 다시 제시됐다. 이념적 좌표와 정책 지향점이 상이한 두 당의 공동정책이 어느 정도 실현성을 갖느냐도 검증 대상이다.
두 사람의 선거공조에 대한 최종 평가는 물론 유권자들의 몫이다. 반(反) 이회창 연대라는 단일화의 기본취지를 사줄 것인지, 아니면 권력 나눠먹기의 재연이라는 이면(裏面)을 들춰낼 것인지는 19일 판가름 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