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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경제" 자존심이 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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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경제" 자존심이 샌다

입력
2002.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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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독일에서는 '경제유랑자'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수백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서독으로 몰려들었던 1970∼80년대와는 달리 일자리를 찾아 거꾸로 외국으로 나가는 독일인들이 늘어나면서 유럽 최대의 경제 대국 독일의 자존심이 짓밟히고 있다.

BBC방송은 최근 동독 지역을 중심으로 두자릿수대에 육박하는 높은 실업률을 참다 못한 독일인들이 막노동이나 호텔 허드렛일이라도 찾아 스웨덴, 아일랜드, 영국 등으로 유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저성장에 높은 실업률

독일 경제는 종합병동을 연상케 한다. 400만 명이 넘는 높은 실업률(11월 현재 9.7%)로 인한 소비 위축과 내수 부진으로 활기를 잃은 지 오래다. 독일 경제연구기관인 ZEW가 10일 발표한 12월 경기실사지수는 전달보다 0.6포인트 낮은 3.6을 기록, 17개월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기업과 개인의 파산 건수는 사상 최대인 8만2,400건을 기록했다. 주가는 2000년 3월 최고점에 비해 반토막이 나 있고 올해 경제성장률은 0.2%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저성장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제2의 일본이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별다른 경기부양 수단은 보이지 않는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3%가 넘는 천문학적인 재정적자에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을 따라야 하는 입장에서 미국처럼 재정지출과 금리인하 카드를 마음대로 꺼내들 처지도 못 된다.

■고비용 저효율 시스템이 문제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침체가 단순히 경기사이클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독일은 통일 후유증과 함께 사회 전반의 고비용 저효율 체제에 발이 묶여 성장잠재력을 잃어가고 있다. 제조업 강국을 뒷받침했던 세계 최고의 노동생산성은 미국과의 격차가 15%까지 확대될 정도로 눈에 띄게 떨어졌다. 그런데도 시간당 노동비용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는 10일 '앞날이 불확실한 거인'이라는 기사를 통해 독일은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힌 규제와 함께 가장 비싸고 경직된 노동시장에 발목이 잡혀 있다고 꼬집었다. 독일 기계공업협회는 11일 고임금과 규제를 피해 독일 기업의 절반 이상이 공장 해외 이전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독일의 위기는 주변적인 지수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의 교육수준은 30개 선진국 중 21위로 뒤처져 있다. 국가투명성지수는 18위에 불과하다.

■정치 리더십도 우왕좌왕

인구구조는 재앙에 가깝다. 유럽 최대 소비시장이 돼 온 8,200만 인구는 낮은 출산율로 30년 후에는 6,000만으로 급감할 것으로 우려된다. 급속한 노령화로 그나마 20년 후에는 60세 이상 노령 인구가 경제활동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보다는 규제를 선호하고 사회복지를 강조하는 독일식 경제체제와 낡은 사회시스템 전반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안팎의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처지다. 이를 위해 강력한 정치리더십과 사회적 공감대가 절실하지만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12일 위기를 타개해야 할 집권 사민당이 당내 불화로 지지도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고 고통 분담에 동참해야 할 국민들은 자신의 이해관계를 챙기는 일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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