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맨이 승부를 가른다.'팀당 82경기의 장기 레이스를 펼치는 미 프로농구(NBA)에서는 똑똑한 식스맨들 없이는 왕좌를 차지할 수 없다. 시카고 불스는 조던―피펜 듀엣을 보좌했던 스티브 커, 토니 쿠코치의 도움으로 90년대 6번이나 왕좌에 올랐고 LA 레이커스도 오닐―코비 콤비를 뒷받침해주는 브라이언 쇼, 로버트 오리 등 식스맨들의 활약으로 3연패(連覇)를 이뤄냈다.
14일 재개되는 2002∼2003 애니콜 프로농구 역시 식스맨들의 활약 여부가 각팀의 명운(命運)을 좌우할 전망이다. 54경기의 장기레이스가 주전들의 체력이 떨어지는 중반전으로 접어들었기 때문. 어느 팀이 울고 웃을까.
■여유만만 창원 LG, 대구 동양
공동 2위인 LG의 경우, 식스맨들만 모아도 또 다른 한 팀을 만들 수 있을 정도다. 김재훈(193㎝) 송영진(198㎝)등 포워드라인은 물론, '거미손' 가드 박규현(가로채기 22개)까지 제 몫을 하고 있다. 20경기를 치르며 3연패(連敗) 한 번 없었던 LG에 주전 부상을 염려하는 다른 팀의 걱정은 그저 '남의 일'일 뿐이다.
지난 시즌 챔프 동양 역시 비교적 수준급 식스맨들을 거느리고 있다. 3년차 포워드 박재일(190㎝)과 노장 위성우(31)가 대표적. 시즌 초반 쉬운 슛을 놓치는 등 불안했던 박재일은 인사이드 플레이 뿐 아니라 지난 시즌 30%대였던 3점슛 성공률이 45%로 높아져 슬럼프에 빠진 박훈근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전문 수비수 위성우도 고비 때마다 결정적인 3점포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근심어린 원주 TG, 서울 삼성
선두를 유지하고 있지만 김주성(23)을 제외하고는 주전선수들이 대부분 30대인 원주TG는 자칫 부상선수라도 한 명 나오면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할 가능성도 있다. 신종석 정경호 등 식스맨들과 주전들의 기량차는 TG의 또다른 근심거리이다. 서장훈이 팀득점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삼성 역시 믿을 만한 식스맨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포스트의 김택훈(평균 1.8점)과 가드 주희정의 백업요원 박성배(게임당평균 1.8어시스트) 등 식스맨들이 분전하지 않는다면 2년만에 정상복귀를 노리는 삼성의 목표는 일장춘몽에 그칠지 모른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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