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가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12일 증시에서 거래소 은행 업종지수는 합병 재료가 다시 부각되면서 3.59%(5.86포인트) 상승한 169.14를 기록했다. 10개 상장 종목 가운데 제주은행을 제외한 9개 종목이 오름세로 마감했다. 은행 업종지수는 지난달 말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잠깐 상승세를 타다 조정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 관련주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주가 차기 주도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일부 증권사에선 금명간 투자등급을 상향 조정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장기 전망에 대해선 여전히 낙관론과 비관론이 맞서고 있다. 가계대출 우려가 해소될지에 대해 아직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가계 부실화·합병 효과 논란
한국은행은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이 10월보다 2조763억원 증가, 2월(1조4,800억원) 이후 가장 낮은 증가폭을 보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계대출 잔액은 219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59조2,000억원이나 늘어난 상태다.
삼성증권은 이에 대해 개인 파산이 증가하고 개인 워크아웃 제도가 확대 적용되는 과정에서 은행이 더 많은 부담을 안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최소한 내년 1분기까진 가계대출 부실 위험이 은행주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주가는 뉴스에 선행하는 속성이 있어 가계대출 증가폭이 둔화한 것 자체가 은행주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반도체 가격의 약세와 나스닥의 하락으로 삼성전자 등 IT주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이라며 "가계부실 우려를 과도하게 반영한 은행주가 상대적인 메리트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합병 효과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은행간 합병은 시너지(통합) 효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은행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과거 경험상 덩치키우기 경쟁이 주가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메리츠증권 구경회 연구원은 "과거에 보면 국내 은행들은 합병 이후 경직된 노동시장 탓에 구조조정을 제대로 못했다"면서 "이 때문에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크게 누리지 못했고, 주가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불확실성 해소 기대감에 급등
이날 은행주의 상승은 신용카드 연체문제가 주가에 이미 반영됐다는 인식과 함께 조흥은행 매각작업이 윤곽을 드러내는 등 은행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비롯됐다.
조흥은행 주가는 신한지주와 서버러스 컨소시엄의 인수 제안가격이 알려지면서 6.92% 급등한 5,100원으로 마감했다. 국민은행도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3.69% 상승한 4만5,000원을 기록했다.
삼성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국민은행이 카드관련 부실을 손실 처리할 경우 올 순익은 전망치보다 7.5% 낮은 1조7,313억원을 기록하겠지만, 내년 순익은 2조1,784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굿모닝신한증권도 국민은행 실적이 내년 1분기부터 회복될 것으로 보고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
13일 재상장되는 통합 하나은행도 주가 상승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증권 백동호 연구원은 "하나은행의 현재 기준가 1만7,100원은 내년 주가수익률의 4.3배 수준"이라며 "신한지주와 한미은행이 주가수익률의 각각 5.2배, 5.4배에서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다소 저평가돼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다른 은행주에 비해 최근 주가 상승폭이 큰 데다 정부지분 매입을 위한 가격 결정이 남아있어, 합병 효과가 주가에 반영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인한 과도한 자사주 매입과 인원통합 작업의 어려움 등도 주가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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