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1917∼1995)의 고향에서 펼쳐지는 통영국제음악제가 내년부터는 대중을 위한 음악축제 성격을 더욱 강화한다.내년 3월25일부터 4월2일까지 열리는 2003통영국제음악제에는 주빈 메타가 이끄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초빙되어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와 협연을 갖는다. 국내서는 빈 필의 첫 지방공연이 될 이 역사적 공연은 통영시민문화회관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이외에도 독일 최고의 현대음악연주단체인 앙상블 모데른이 세계적인 오보이스트 겸 작곡가인 하인츠 홀리거의 지휘와 협연으로 윤이상의 오보에 협주곡 등을 연주한다.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카펠라 합창단은 한국에서 듣기 힘든 라흐마니노프의 러시아 정교음악들을 들려주는 등 질과 양 모든 면에서 풍성하다.
올해에 사회성 짙은 음악을 연주했다면 2003년에는 종교색이 짙은 클래식과 현대의 명곡들을 관객들에게 제공한다. 장자의 도교사상에 영향을 받은 윤이상의 실내오페라 '꿈' 중에 한 부분이 연주되며, 국립국악원이 유교의 음악인 연주회용 문묘제례악을 연주한다. 기독교 음악은 하이든의 '십자가위의 일곱말씀'을 오스트리아에서 온 후고 볼프 현악사중주단이 연주하고, 불교는 한국 현대작곡가 작품을 섭외중이다. 남해안 별신굿도 공연된다.
재단법인 통영국제음악제(이사장 박성용 금호그룹 명예회장)는 이와 아울러 2010년까지 국가와 지자체 지원금과 민자유치 등 5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윤이상 음악당(가칭)을 신축하기로 했다고 11일 발표했다. 바다가 보이는 통영시 도남동 1번지에 1만4,000여평 규모로 지어질 음악전용홀은 다목적홀인 통영시민문화회관과 군청 건물을 개조한 페스티벌하우스의 문제점을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인 재정 확보를 위해 국회의장이 후원회장을 맡아 그 직위는 승계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당초 취지인 현대음악의 소개와 한국작곡가 발굴과는 조금 거리를 두게 되었는데 박성용 이사장은 이에 대해 "안정적으로 음악제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승근 사무국장은 "현실적으로 도나우에싱엔처럼 현대음악 위주로 가기는 힘들다"며 "되도록 많은 초연작들이 연주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빈 필은 서울연주도 할 계획이라서 통영 연주를 따로 보러오도록 하기 위해 주최측은 "교통과 숙박, 입장권을 연계하는 패키지를 더 늘려 서울서 보는 것보다 싸게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정명훈과 라디오 프랑스 필의 연주는 서울보다 7만원이 싼 5만원에 제공되었다. 김동진 통영시장은 또 "윤이상 음악당을 제대로 운영해 통영이 국제적인 음악도시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통영국제음악제는 1999년 통영이 고향인 윤이상을 기리기 위해 통영현대음악제로 출발했으며 올해 국제음악제로 변신, 음악축제 성격을 강화했다. 그 덕에 올해에는 관광객 2만명 정도가 이 음악축제를 보기위해 통영을 찾았다.
윤이상이 독일 작곡가라는 점에서 독일 문화원이 내년 음악제를 위해 3,000만원을 지원한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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