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대표적 윤락가인 속칭 '미아리 텍사스촌', '청량리 588' 등에 대한 재개발 추진사업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서울시와 해당 구청은 도시 미관 개선 등을 위해 윤락가를 재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도시계획 전문가 등은 체계적인 도시계획은 물론 윤락이라는 사회 문제부터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문승국(文承國) 서울 성북구 부구청장과 안건혁(安建爀) 서울대 공대 교수로부터 찬반 의견을 들어본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문 승 국 서울시 성북구 부구청장
"사회적 병폐를 양산하고, 주거환경을 저해하는 윤락가는 반드시 정비해야 한다."
문승국 성북구 부구청장은 인신매매와 가출소녀를 양산하고 지역을 슬럼화 하는 등 각종 폐해가 만연한 미아리 텍사스촌 윤락가를 정비해 새로운 주상복합건물을 건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윤락가 인근 지역주민들로부터 주거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압력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면서 "윤락가를 그대로 두고서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는 없다"고 개발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문 부구청장은 "해당 주민들의 참여와 동의가 재개발의 전제조건"이라며 "재개발 계획 수립과 개발이 완료될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 때 윤락가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실시되자 역(逆)으로 주택가로 잠입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면서 "매매춘에 대한 예방, 치유 등 사회적 해법은 쉽게 도출할 문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공론화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 부구청장은 또 "윤락가 지역의 많은 토지주들이 사회의 눈총 등으로 인해 업종 변경 또는 개발 의사를 갖고 있다"면서 "윤락가가 재개발 되면 도시개발 역사의 커다란 전환점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발계획이 실현되기 위해 주민들과 주고 받는 '채찍'과 '당근'은 사회적 규범의 범주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혀 강제성을 동원한 행정기관 주도의 개발과, 건물 소유주 등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도 암시했다.
■안 건 혁 서울대 공대 교수
"윤락가를 정비한다는 시책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반드시 해당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도시 전체의 특성을 고려한 뒤 정비해야 한다."
안건혁 교수는 사회·경제적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전시행정의 일환으로 윤락가를 정비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도시에서 발생한 각종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은 일시적, 즉흥적 미봉책이 아니라 그 원인을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적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심이 개발된 곳에 윤락가가 들어서는 것은 동서고금을 통해 입증됐다"면서 "윤락가를 무조건 정비하기보다 그 병폐의 원인부터 치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또 "윤락가가 도시의 치부를 드러낸다는 이유만으로 행정기관이 '힘'으로 정비한다면 윤락가는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이전 후 그 지역 주민들이 또 다시 피해를 입게 돼 악순환만 반복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궁극적으로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윤락가는 존재한다"면서 "종사자들에 대한 생계 대책 없이 정비하면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사회적 해결 방안과 도시계획적 측면을 충분히 고려한 뒤 지역 특성과 향후 도시 기능에 부합한 개발방안을 채택해야 한다"면서 "재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주민 설득용으로 건물주에게 용적률을 올려주는 등 특혜를 줄 경우 형평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 재개발 추진 현황
이명박(李明博) 서울 시장은 지난달 "체계적인 도시계획을 세워 윤락가를 정비해야 한다"며 실태조사를 지시했다. 성북구청도 관내 윤락가인 '미아리 텍사스촌' 10만여평에 대한 재개발 사업 추진을 발표했다.
이들 지역에 대한 재개발은 시와 구청의 도시재개발지구 지정 후, 민간사업자에 의한 개발 또는 행정기관 주도 방식 등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동대문구 전농동 속칭 '청량리 588' 지역은 1994년 도심재개발지구로 지정됐지만 예산부족, 건물 소유주 반발 등의 이유로 10년 가까이 개발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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