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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재산 아낌없이 기부한 이금주·배정철·배순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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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재산 아낌없이 기부한 이금주·배정철·배순태씨

입력
2002.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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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에 3억원과 아파트 기부한 이금주 할머니"한 40년 전에 우리 영감님이랑 '테레비'를 보는데 행색이 초라한 젊은 엄마가 병원에서 아기를 안고 나오는거야. 그 작은 아기가 심장병이라는데 돈이 없어서 고치지도 못하고 죽게 생겼다면서…. 너무 불쌍해서 참 많이 울었는데 그걸 본 영감님이 나한테 '저런 아이 도와줬으면 좋겠네. 나는 심장이 안 좋아서 오래 못살 테니 나보다 젊고 건강한 당신이 오래 살면서 꼭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줘' 하는 거야.

영감님 1965년에 돌아가시고 계속 '내야 하는데, 내야 하는데…'하다가 30년 넘게 지나 버리고 나는 이제 아흔살이 다 됐어. 올 가을에야 영감님이 사 둔 인천 땅을 팔아서 병원에 갖다 드렸어. 몇 푼 안주고 산걸 파니깐 3억원인데 자꾸 부족한 마음이 드는 거야. 뭐 더 없을까 하다가 생각해보니까 내가 사는 집이 있잖어. 외아들 녀석이 서운해할까봐 이것까지 내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주저 없이 '어머니 참 잘 생각하셨네요'라며 반기는거야. 고대하던 일을 해내서 마음이 너무 가볍고, 이젠 걱정이 없어.

큰 돈 아니라도 도우려고 하면 도울 일이 너무 많아. 몇 년 전에 '테레비'에서 봤는데 글세 다른 아이들 점심 먹을 때 밥 굶고 있는 아이가 있어.

보자마자 인천 교육청으로 찾아가서 여기는 그런 아이들이 없냐고 물었더니 대여섯명 있대. 그 중에 두 명을 맡아서 점심식사를 도와줬는데 그 때는 내가 밥을 먹을 때마다 '그 아이들도 먹겠구나'하고 자꾸 웃음이 나는거야. 밀린 등록금 내고 졸업까지 시켰더니 찾아와서 인사를 하더라고. 벌써 4년이 됐는데 그 후론 연락이 없어. 고맙다는 소리 듣고 싶은 게 아니라 직장 구한다고 했는데 어떻게들 사는지 궁금해. 전화라도 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서울대병원에 세차례에 걸쳐 1억2,500만원 기부한 배정철씨

"식당을 운영하면서 남을 도울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다가 집사람과 손님 한 명당 1,000원씩 한번 모아보자고 했어요. 1년 동안 모으니깐 생각보다 많이 모여서 3,000만원이 됐어요. 기부할 곳을 몰라서 고민했는데 마침 단골 손님을 통해 서울대병원의 '함춘후원회'를 알게 돼 전해드리게 된 거예요.

6남매 중 제가 막내였는데 다섯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고향을 떠나 고생하신 어머니가 늘 남을 먼저 생각하시는 것을 보고 '나도 자라면 남을 도우며 살아야지' 하는 마음을 먹게 됐어요. 또 92년 15년 동안 '조수'생활을 청산하고 식당을 처음 열 때 건물주인께서 '임대료는 벌어서 갚으라'고 한 것도 동기가 됐죠. 아직 어린 우리 아이들도 나중에 좋은 일 많이 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한국해양대에 70억원대 땅 기부한 배순태 할아버지

"건덕여투(建德如偸)라고 덕을 쌓으려면 도둑처럼 몰래 하라고 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소문이 났는지 모르겠어. 허허…. 사람들이 내가 기부했다고 하니깐 자식들이 가만히 있었는지 궁금한가봐. 아니, 내가 좋은 일에 쓰겠다는데 누가 뭐라 그래. 우리 아이들이랑 집사람은 아무 불만 없는데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자식 주라고 말리더라구. 그래도 한국해양대는 내가 나온 학교인데, 역사복원한다고 수고하는 것을 보고 나도 뭔가 돕고 싶었어.

사실 땅을 꼭 쥐고 있으면 뭐해. 세금만 나오는걸. 20년 전 쯤 평당 10원 주고 사서 잣나무를 내가 직접 심어 가꿨더니 이제 잣이 많이 열려. 처음에는 공짜로 잣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 나무가 점점 크게 자라니깐 손이 닿지 않아서 사 먹는게 따 먹는 것보다 싸졌어. 나무에 있는 건 새가 먹고 떨어지면 멧돼지가 먹고…. 그런거지 뭐…, 욕심 많이 부려도 다 소용 없어. 사람들은 내가 돈이 엄청 많은 줄 아는데 내가 한 거라고는 절약한 것밖에 없어. 요즘 사람들은 세탁할 때쯤 되면 옷을 그냥 버리는 것 같아. 늙어서는 건강이 최고인데 건강하려면 욕심을 버려야 해. 다른 분들도 가진 것 많으면 '노욕(老慾)'을 버리고 사회에 내놓는 것도 좋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 무리 안하고 분수대로 살아야 건강하지."

이금주(89) 할머니는

한국전쟁 때 남편과 평양에서 월남한 이금주 할머니는 지난 9월 26일 서울대병원에 근신경계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치료와 연구에 써달라며 3억원과 시가 1억3,000만원의 아파트 기부 약정서를 전달했다. 고등학교 교사인 외아들 가족이 가까이 있지만 할머니는 혼자가 편하다며 아파트에 홀로 살고 있다.

배정철(41)씨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일식집 '어도'(漁島)를 운영하고 있다. 16세부터 일식집 요리사로 일하다 92년 식당을 연 후 경로당 노인들을 대접하기 시작, 지금은 손님당 1,000원씩 적립해 서울대병원에 기부하고 있다.

배순태(78) 할아버지는

대서양과 태평양을 누비던 '마도로스(선원)'출신으로 34년간 도선사로 일했다. 진해고등해원양성소(한국해양대 전신)를 졸업한 할아버지는 9월 27일 한국해양대에 배를 타면서 평생 모은 돈으로 구입한 70억원대의 땅을 기증했다. 배 할아버지는 "우리나라가 21세기 해양강국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기부의 뜻을 밝혔다.

■전화·인터넷 소액기부 가능

남을 돕는데 꼭 빌게이츠나 록펠러처럼 억만장자일 필요는 없다. '해야하는데…'하는 마음이 든다면 정성을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의외로 많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www.moamoa.or.kr)'는 원하는 기간에 정기적으로 일정금액을 기부하는 '사랑의 자투리'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인터넷이나 전화(02-360-6718)로 신청을 받는다. '아름다운 재단(www.beautifulfund.org)'의 '1%나누기 운동', '1% 유산 남기기운동'등에 참여하는 것도 사회에 뜻을 전달하는 방법이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www.kncsw.or.kr)'의 '새생명 지원센터(kids119.bokji.net)'나 '한국심장재단(www.heart.or.kr)의 후원자가 되면 병에 걸렸지만 사정이 어려워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도울 수 있다.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www.kawid.or.kr)'는 전화(02-718-9363), 인터넷, 지로를 비롯해 '메일뱅킹(www.mailbanking.co.kr)'을 통한 기부창구를 열어 놓았다. '월드비전(www.worldvision.or.kr)'의 결연후원 프로그램은 국내의 경우 월 1만∼2만원, 해외는 월 2만원으로 아동을 후원할 수 있는 제도다. '한국유니세프(www.unicef.or.kr)'를 통해서도 전세계의 어린이에게 사랑을 전달할 수 있다.

특히 '기부정보사이트(www.givingguide.co.kr)'는 기부에 대한 정보와 방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곳으로 기부의 취지와 방향을 잡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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