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란 말이냐, 먹지 말란 소리냐.' 감자칩, 비스킷, 커피, 식빵 등 각종 가열식품에서 발암의심물질인 '아크릴아미드(Acrylamide)'가 검출됐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청 발표 이후 인체 유해 여부 등을 놓고 논란과 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제과, 패스트푸드 등 관련 업체들은 인체유해성에 대한 확증도 없이 혼란만 초래했다는 입장인 반면 소비자들은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당국의 미흡한 대책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업체들 '혼란만 초래' 아우성
보건당국이 두차례에 걸쳐 '아크릴아미드 검출'을 발표하자 관련업체들은 매출감소를 우려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패스트푸드업체인 L사 관계자는 "당장 매출에 영향은 별로 없다"면서도 "이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어 튀긴 제품을 철수시키고 통감자나 찐감자 같은 대체식품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자칩이나 비스킷을 주종으로 하는 제과업체들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기는 마찬가지. 제과업체인 N사도 "제조과정에서 아크릴아미드를 억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인체에 암을 유발하는 증거도 없고 이 물질을 줄일 대책도 없는 상황에서 성급한 발표가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식품공업협회 관계자는 "어느 나라도 이 물질을 규제하는 식품기준을 갖고 있지 않고 식품안전에 엄격한 미국조차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며 "소비자나 업계에 혼란만 가중시켰다"고 반발했다.
■소비자 '먹어도 되나' 불안
그러나 소비자들의 불안과 당국에 대한 불만은 차츰 커지고 있다. 초등학교 1년 자녀를 둔 주부 신모(36·서울 송파구)씨는 "제품 이름은 공개되지 않고 의미 없는 숫자(아크릴아미드 검출량)만 나열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선진국과 비교할 때 식약청의 대응이 미온적이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은 최근 보고서에서 아크릴아미드가 검출된 제품 이름을 일일이 열거, 소비자들의 판단과 선택을 돕고 있다. 일본 후생보건성도 각 업체에 이 물질의 생성을 억제하는 제조 조건에 대한 연구를 지시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식약청은 업계나 소비자가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데 이번 발표의 의미가 있다는 입장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전 제품에 대한 검사가 아닌 만큼 제품 이름을 적시할 경우 엉뚱한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며 "광범위한 식품들에 대한 함량조사와 함께 이 물질의 함량을 줄이는 방법을 모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 아크릴 아미드
폐수 처리시 불순물 제거나 도료 접착제 등에 사용되는 합성물질. 동물실험에서 발암성이 확인됐고 많은 양을 섭취할 때 사람이나 동물의 신경계에 독성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4월 스웨덴 연구팀이 감자 등 전분질을 고온에서 가열할 경우 이 물질이 생성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 주도 하에 인체발암 여부와 아크릴아미드 함유량을 줄이는 연구가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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