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락 칼국수는 단순한 재료, 단순한 조리법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맛내기가 의외로 어려운 음식. 자칫 '잡맛'이 나고, 깨진 조개껍질과 덜 빠진 해감이 들어가기 일쑤다. 원재료의 품질과 다루는 방법에 수많은 변수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서울 강동구 길동 '황도 바지락 칼국수' 는 메뉴판이 극히 단순하다. 칼국수와 물만두. 반찬도 김치 한가지다. 칼국수 2인분을 시키면 세숫대야만한 그릇에 한 가득 내온다. 우선 바지락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다. 하나같이 3∼4㎝ 크기에 노릿노릿한 빛깔이 나 먹음직스럽다. 안면도 인근의 황도산 조개다. 다른 지역 조개에 비해 30∼40% 비싼 상품(上品)이다. 위쪽에 뾰족한 이빨이 그대로 붙어 있다. 그날그날 재료를 조달해 선도가 높다.
그릇 당 족히 70∼80개는 됨직한 바지락을 까먹는 일만 해도 흐뭇하다. 신기하게도 조개 안쪽의 돌출부위인 관자가 깨끗이 떨어진다. 맛있는 살집이지만 잘 떨어지지 않아 애를 먹는 부분. 가열시간을 잘 조절한 덕이다. 국물은 시원하고 깔끔한 조개맛 그 자체다. 감자, 파 등 다른 채소는 일체 없이 호박과 바지락만 달랑 들어갔다.
저온숙성으로 쫄깃하면서 매끄러운 면발은 가성소다가 들어가지 않아 식후에 트림이 나오지 않는다. 고춧가루와 마늘이 듬뿍 들어간 김치와 곁들여 한 그릇을 금세 비운다. 오랜만에 맛보는 '야무진' 바지락 칼국수다.
길동사거리에서 상일IC방향으로 500m에 있는 2층 건물. 총 200여석 규모에 80여대를 주차할 수 있다. 조명이 환하고 깔끔한 카페식으로, 술은 팔지 않고 담배도 필 수 없다. 칼국수 5,000원, 물만두 4,000원. 밤 11시까지 영업하지만 바지락이 떨어지면 한창 시간에도 문을 닫는다. (02)484-6554.
/양은경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