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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장애인 공약, 문제는 실천

입력
2002.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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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최근 시각장애인연합회 등 관련단체들은 장애인의 투표 참여 캠페인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비공식 자료이지만 그동안 투표장 시설 미비, 이동 불편 등으로 장애인 투표 참여율은 불과 5%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이번 대선에서는 장애인도 반드시 투표에 참여함으로써 유권자의 신성한 권리를 행사하는 동시에 각 후보들이 장애인 복지정책에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달라는 뜻을 반영할 생각이다. 장애인이 갖고 있는 150만표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적지않은 역할을 할 것이다.

재탕·삼탕인 공약들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각 정당과 후보들은 지난 그 어느 선거 때 보다 많은 장애인 관련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과거 대선 때 장애인재활병원을 시·도별로 설치하겠다는 것과 장애인수당을 월 1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것 등 각종 공약을 제시했으나 어느 하나도 제대로 이행된 것이 없다. 장애인들은 이번 선거에서 만큼은 이런 '공약(空約)'에 현혹되지 말고 진실을 알고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는 지키지 못할 공약을 내세운 후보는 장애인의 표를 얻지 못할 것 같다.

장애인 공약을 살펴보면 한나라당은 고용과 보호를 병행하고 공무원 임용제한 완화, 공공기관 의무고용 3% 준수, 직업훈련 확대, 맞춤일자리 창출, 기금 운용의 효율화 등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3년 내 2% 고용 달성, 의무고용 대상 업체 확대, 임대주택 5% 우선 분양, 장애 유형에 적합한 직종 개발, 창업지원 및 자영업 지원, 생산품 우선 구매 확대 등을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양당이 내세운 공약을 면밀히 검토해 보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예전 선거 때 공약으로 내 놓고 전혀 실천되지 않은 내용이 재탕, 삼탕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 공약이 막연해 이에 대한 실천 여부를 확인 할 수 없거나, 국가 경제·복지 발전에 의해 자연스럽게 실천될 사항을 '장애인 복지 강화'로 포장만 바꿔 새 것인 양 내놓고 있다. 뿐만아니라 천문학적인 금액이 소요되거나 다른 법규에서 제한하고 있어 관련 법규 제정이 불가능한 데도 '반드시 실현하겠다'며 상식에도 맞지 않는 약속을 남발하고 있다. 또 시대에 역행하는 공약이나 한 정당이 내놓은 공약이 서로 앞뒤가 어긋나는 것도 확인 할 수 있어 생색내기 위한 나열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예산확보 수반돼야

양당 모두 장애인 복지를 위해 제시한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연간 1조5,000억원 정도의 예산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를 과감히 시행한다면 장애인 복지를 10년 이상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장애인이 바라는 공약은 정부가 조금만 관심을 쏟으면 실현 가능한 정책이다. 이제 공약은 발표됐고, 선거는 1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장애인은 스스로의 복지를 위하여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만큼은 '장애인도 생각하는 대통령'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서 인 환 시각장애인聯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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