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문화재단의 박성용 이사장(금호그룹 명예회장)은 11월30일로 금호현악사중주단의 지원을 중단한다고 멤버들에게 통보했다. 그런데 금호문화재단은 사중주단을 운영한 공로로 11월7일 메세나 대상(대통령상)을 받았다. 이 사실로만 본다면 금호그룹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일부 기업들의 예술후원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하지만 속사정을 보면 금호의 야박함보다 음악가 탓이 컸다. 예술의전당에 30억원을 기부하는 등 박 이사장의 음악애호는 유명하다. IMF 때 다른 그룹들이 줄줄이 예술지원을 포기했을 때도 사중주단은 지속적인 지원을 받았다. 조건도 파격적이다. 연간 5억원의 운영비에 단원들은 금호그룹 이사 대우를 받고, 아시아나항공을 무료로 이용했다. 연주만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이렇게 끝이 났다.
이유는 국내음악계의 풍조 때문. 사중주단의 한 멤버는 "기회만 있으면 독주자나 교수로 가려고 하지 실내악단에 평생 몸 담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말했다. 그래서 한 음악가는 "장영주, 장한나는 나와도 명 실내악단은 없는 게 대한민국"이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타의에 의해 만들어졌고 멤버들이 교수나 국제콩쿠르, 독주활동에 몰두하고 사중주단을 부업으로 생각하다보니 90년 이후 거쳐간 사람만 9명이었다. 운영상의 잡음은 당연했다. 결국 몇 번의 위기 끝에 박 이사장은 12년 전에 자기가 만든 사중주단을 자신이 정리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금호문화재단측은 "왜 단원들의 겸업을 막지 않았냐"는 질문에 "예술가들이 자율적으로 잘 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오죽하면 한 단원은 "더 지원해 달라고 말하기도 민망하다"고 말했을까. 사중주단의 전격적인 해체를 둘러싸고 금호그룹의 경영상의 문제를 거론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기업보다는 음악가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홍석우 문화부 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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