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스런 노출 연기라는 것이 있을까? 도를 넘지 않는 자유분방함은 또 가능할까? 탤런트 신은정(25)이 SBS 주말 드라마 '흐르는 강물처럼'(극본 김정수·연출 이영희)에서 맡은 나소라를 통해 이런 질문과 답을 던지고 있다. 섹스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도 그렇고, "이제 화류계 생활을 은퇴하시고 들어앉으시죠"라며 '돈 주앙' 김지헌(박상원 역)에게 사랑을 우회적으로 고백하는 방식도 '쿨' 하다.'흐르는 강물처럼'은 시한부 삶을 사는 아버지(장 용)를 중심으로 일상사를 수채화처럼 담담하게 그려내는 홈드라마. 석주(김주혁)와 상희(김지수)의 알콩달콩 신혼생활 외에도, 김지헌이 왈가닥 동희(이민영)와 나소라 사이에서 미묘한 줄타기를 하면서 잔재미를 더하고 있다.
신은정의 모습에서 SBS '여인천하'의 세자빈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사극에 어울리던 옷 맵시와 말투는 온데 간데 없다.
신은정이 아니라 극중 인물 나소라로 철저히 파고들고 싶었단다. 가전제품 디자이너 나소라는 직장 선배 김지헌과 함께 '결혼 없는 섹스'를 실천하는 자유주의자이다.
"섹시하다는 말을 데뷔 이후 처음 들었어요. 보여주고 싶은 것이 더 많지만 일단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죠."
다소곳하지만 좋고 싫음이 뚜렷한 말투다. 세자빈에서 나소라로 변신하기 위해 1개월 반 동안 잡지며 미용실을 뒤지고 다닌 끝에 지금의 의상과 머리 모양을 얻었다.
보라색 콘택트 렌즈, 과감하게 가슴과 다리를 드러낸 의상, 성숙하면서도 고고한 느낌을 주는 머리 모양이 은근히 도발적이다. " '카이스트'(2000년) 등 지금껏 해온 프로그램에서는 제 나이보다 어리게 나왔죠. 정숙하고 얌전한 세자빈에서 도시적이고 성적 매력이 풍기는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싶었어요."
걱정도 많았다. "전혀 해보지 않은 역할이라 부담이 되고, 과연 참한 이미지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싶었다. 프리섹스 주의자인 지헌과의 스킨십은 또 어떻게 찍어야 하나. "사극에서 참하고 진지한 모습을 보인 뒤에 야한 연기를 하니까 오히려 고급스러워 보인다"는 주위의 평을 듣고 나서야 안심했다.
서울예술대학 연극과를 나왔고, 박상원은 15년 학교 선배다.
SBS 공채 탤런트 7기 출신으로 다소곳한 모습과 다르게 핸들을 잡으면 무섭게 질주하는 스피드광이고 승마도 즐긴다. 그런 모습이 극중 나소라와 그리 다르지 않아보인다. "현대 여성의 가치관이 변하고 있잖아요. 나소라는 그 중에서도 앞서 나가는 여자지요. 자기 감정에 솔직한 여자." 신은정은 소라를 이렇게 설명한다. 소라가 신은정을 소개하는 얘기로 들어도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가슴이 깊게 파인 원피스 차림으로 김지헌의 목을 감싸며 와인 잔을 건네는 그녀의 모습이 꽤 도발적이다.
김지헌은 옆방에 사는 사돈 처녀 동희의 중성적이면서도 털털한 매력과 나소라의 대담한 유혹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중이다. 그를 상대로 자유롭되 문란하지 않은 성을 추구하는 커리어우먼 나소라.
"재미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보여드릴 테니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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