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도 정치가 넘쳐나고 있다. 정부기관 사회단체 언론사 등 웬만한 곳의 인터넷 홈페이지마다 대통령 후보들을 선전하거나 비난하는 글이 난무하고 있다. 각 당이 모두 사이버 선거운동원이나 자원봉사자 수백명씩을 두고 사이버 세상에서 열심히 유세전을 펴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래서 오프라인 못지않게 온라인에서의 공방전도 자못 치열하기만 하다. 바야흐로 '인터넷 정치'의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하지만 폭로 비방 흑색선전의 측면에서는 오프라인보다 오히려 온라인 유세가 한수 위다. 11일 한국일보 인터넷 웹사이트의 여론마당에 오른 글을 훑어보았다. '이 개작두가 서민 농민 노동자를 대신해서 니들 대가리를 싹뚝싹뚝 잘라줄 것이다', '재벌의 후원금으로 원없이 돈을 썼던 부패 ○○당의 속물정치인', '매국노 같은 인간, 수구세력, 무능력자'라는 등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글이 난무했다. 또 '니 손목아지로 이런 쓰레기 글을 썼으니 천벌을 받아라', '막말을 서슴지 않는 또라이' 등이라며 글 쓴 이를 욕하는 글도 셀 수 없었다.
■ '특정 후보자를 지지·반대하거나 허위사실 유포와 비방의 내용을 게시하는 경우에는 법에 의해 삭제되고 고발, 수사의뢰될 수 있다'고 경고문이 나붙은 청와대 홈페이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매향리를 반미로 몰아붙이더니 가증스럽다', '대통령 자리만 빼고 다 거머쥔 거대야당이 대통령마저 꿰차면 견제구 없는 한국의 앞날이 걱정된다', '질기고 오래가는 빨간 고무장갑 낀 손이 조직적으로 선동했다고 하지 그랬수'라는 등 명백히 선거법에 위배되는 글들이 버젓이 올라있다.
■ 인터넷 정치에서 한발 앞서 있는 미국의 경우 홍보의 차원을 넘어 후원금까지 인터넷을 통해 모으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온라인 정치에는 우리와 같은 '게시판 설전'이 없다. 주요 기관이나 사회단체의 홈페이지가 책임자에게 이메일은 보낼 수 있게 돼 있지만 우리처럼 게시판이 설치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홈페이지마다 거의 예외없이 게시판을 만들어 놓고 익명의 글을 무차별로 게재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인터넷 문화가 아닐까?
/신재민 논설위원 jm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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