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 대한 열의만 있으면 언제라도 배울 수 있는 대학.' 한국방송통신대학(총장 조규향·曺圭香)은 지난 30여년간 배움에 목말랐던 이들의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우물과도 같은 존재였다. 1972년 개교한 이래 이 우물에서 향학에의 한을 풀어낸 졸업생만 지금까지 무려 28만여명. 그러나 은연중 뒤늦게 공부한다는 부끄러움 때문에 최근까지도 "방송통신대에 다닌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학생이 극히 드물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방송대가 달라지고 있다. '만학도의 한을 풀어 주는 곳'에서 한 발 나아가 빠르게 급변하는 사회에서 언제라도 수준 높고 다양한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는 '평생교육도량'의 메카로 그 위상을 재정립하고 있는 것이다.■평생교육의 메카
10대에서 60대까지, 주부에서 국회의원까지, 서울에서 제주까지 방송대는 연령, 직업, 지역의 제한 없이 누구라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때문에 방송대는 대한민국 4,700만 국민 전체가 교육 대상인 명실상부한 '국민교육기관'임을 자부한다.
방송대는 이미 1997년 전문 직업인을 위한 '평생교육원', 2000년 현직 교원의 재교육기관인 '종합교육연수원'을 설립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사이버 평생교육대학원을 개설해 '평생 배우는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 서 왔다.
특히 행정, 경영, 정보과학, 평생교육학 등 4개 학과에서 50명씩 200명을 모집하는 사이버평생대학원은 평균경쟁률이 6대 1에 이를 정도이며 특히 평생교육학과의 경우 신입생 모집 첫해인 지난해 입학경쟁률이 14대 1을 기록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같은 평생교육의 대상은 국내인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방송대는 해외동포를 위한 해외지역대학 설립을 추진 중이다. 그 첫걸음으로 지난해 11월에는 우리동포 75만명이 거주하고 있는 중국 연변 조선족 자치구에 해외지역 대학을 설립하기 위해 연변대학교와 조인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학습자 중심의 첨단 원격교육
방송대의 교육은 물론 일반대학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교수와 얼굴을 맞대고 수업을 받을 수 없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사용가능한 모든 종류의 매체를 동원하고 있다.
기존의 인쇄교재, TV와 라디오를 통한 방송강의는 물론이고 방송대학 위성TV-OUN를 통한 방송강의, 강의를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LOD(Learning On Demand System), CD-롬, 인터넷 코스웨어 등 다양한 첨단매체를 활용, 학습자 중심의 교육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국내대학 최초로 1996년 개국한 위성TV-OUN'은 21세기에 걸맞는 본격적인 원격교육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1997년에는 방송강의를 인터넷으로 볼 수 있는 '디지털 도서관 시스템'을 갖추었으며 지난해 이를 보완해 '인터넷 방송강의 시스템'을 선보였다. 1999년 3월부터는 무궁화 위성을 이용한 위성방송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전국 14개 지역대학 및 35개 시도 학습관과 서울 본부를 초고속 통신망으로 연결하는 원격 영상강의 시스템을 통해 '일방향적'인 원격교육을 '쌍방향 강의'로 업그레이드 시켰다.
교수-학생간·선후배간의 유대감 약화, 교육 피드백의 어려움 등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방송대는 지역대학과 시·군학습관마다 멀티미디어 도서실, 컴퓨터 실습실 등을 설치해 학생들이 언제라도 가까운 곳을 찾아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또한 각 지역 대학에는 일종의 개인교수격인 '튜터(Tutor)'들을 배치하고 있어 학생들은 1대1상담, 논문지도 등에 대한 조언을 구할 수 있다.
심재영(沈載榮) 학생처장은 "21세기는 지식정보의 변화주기가 날로 짧아지는데다 학문분야도 날로 분화하고 있다"며 "때문에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고 끊임 없이 자신을 업그레이드 할 필요성을 절감하는 이에게 방송대는 그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학사출신이 지원자중 38% 차지
변호사 전봉호(全奉豪·49)씨는 방송대에서 '배움의 기쁨'을 다시 느끼고 있다. 서울대 법대 졸업 후 사법고시에 합격, 전주에서 법률사무소를 열고 있는 그는 현재 방송대 일본학과에 등록해 일본어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충북 청주시에 사는 한상관(韓相冠·45)씨는 10년째 방송대에 다니고 있다. 전공을 바꿔가며 딴 학사학위만 벌써 3개. 1993년 입학 이래 경영학(98) 행정학(2000) 교육학(2002) 등 세 번의 학사모를 썼다. 현재는 보건과학과에 입학해 네번째 학위에 도전하고 있다.
대학 4년간의 교육으로도 배움에 대한 갈망이 채워지지 않는 이들에게 방송대는 '평생 공부'의 꿈을 이뤄주는 곳이다. 최근 방송대 지원자 중 학사출신은 해마다 증가해 98년 10%에 불과했던 학사 출신 지원자는 2002년에는 38%를 기록했다.
명문대 출신 입학생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대, 연·고대 등 명문대 출신 편입생은 1995년 243명에서 지속적으로 늘어나 2000년에는 1,251명, 2002년에는 1,550명에 달했다. 대학 관계자는 "경영, 경제 등 지식정보시대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과목과 중어중문학과, 일본학과, 영어영문학과 등 외국어 전공학과에 학사 출신들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한 전공에 만족하지 않고 다양한 영역에 대해 꾸준히 공부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3개 학과 이상에서 학위를 취득한 이들만도 6명에 이른다. 7개학과에서 학위를 따 '학위 챔피언'에 오른 이덕만(60)씨는 "공부를 하지 않으면 머리는 녹 스는 법"이라며 "'평생 끝이 없는 것이 공부'라고 생각하고 방송대에서 가능한 모든 학위에 도전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지향기자
■편입생은 대학성적으로 선발 신입생은 고교성적·수능 택일
방송대는 고등학교 이상의 학력 소지자는 누구나 입학이 가능하다.
신입생과 편입생(2,3학년)을 동시에 뽑으며 신입생은 고등학교 학력이 인정되는 사람이면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고 편입은 대학(2년제 대학 포함) 졸업자 또는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한다.
신입생의 경우 고등학교 전학년 성적 또는 200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중에서 선택해서 지원할 수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응시계열과는 상관이 없으며 원점수 총점을 반영한다. 편입생의 경우 대학 전 학년 종합성적을 바탕으로 선발한다. 특별전형의 경우 국가 유공자, 북한귀순동포, 특수교육 대상자 등을 대상으로 각 학과별로 모집인원의 1% 이내에서 선발한다. 연장자, 위탁학생, 학사학위 편입생은 전체 모집인원의 10% 이내에서 선발한다. 평생 교육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각 학과별 유관 자격증 소지자 및 유관기관 근무자도 모집 인원의 10% 이내로 선발한다.
신입생의 경우 원서교부 기간은 20일에서 2003년 1월 10일까지이며 접수는 1월3일에서 10일까지 받는다. 편입생의 경우는 20일에서 2003년 1월 17일까지 원서를 교부하며 1월13일부터 17일까지 접수하면 된다. 원서는 인터넷(www.knou.ac.kr)이나 전국 14개 지역대학 및 35개 시·군 학습관에서 동시에 받는다.
● 조규향 총장
조규향(曺圭香··사진) 총장은 자신의 임무를 "외형적인 틀이 갖추어진 방송통신대에 알맹이를 채워 충실하게 살 찌우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새로운 사업을 펼치기보다는 "지금까지 방송대가 추진해 온 일들에 성공적으로 마침표를 찍는 일"이 자신의 소임이며 이를 통해 방송대를 '평생교육의 중심'으로 확실하게 자리잡도록 추진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방송대의 외형은 이미 '세계 10대 원격대학' 수준으로 성장했다. 건물도 늘어난 데다 매년 무려 2만5,0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조총장은 "세계 유수의 방송대가 인도 등 인구가 많고 영토가 넓은 나라에 집중되어 있는 것과 비교해 볼 때 한국인들의 공부에 대한 열의는 대단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평생교육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조총장의 생각이다. 우리나라의 재교육 비율은 현재 5.4%로 일본의 13%,미국의 34%, 프랑스의 40% 수준과 비교해 볼 때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평생교육의 현실에 대한 이해 부족은 방송대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조 총장은 "많은 이들이 끊임 없는 교육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고 싶어하지만 이들의 욕구를 충족하기에는 사회적 이해와 정부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학생들의 등록금, 기성회비로 국민 전체의 평생교육을 준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 일반 대학의 정부 지원 비율이 최고 60%대에 이르는 데 반해 방송대의 경우 30% 미만에 불과하다. 하지만 방송대를 "누구라도 공부하고 싶을 때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곳"으로 열어두기 위해 학기당 20만원인 저렴한 등록금은 계속 유지할 생각이다. 1∼2년 내에는 직장인들이 큰 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시간제 등록생도 모집할 계획이다. 조총장은 "무엇보다 실수요자에게 딱 맞는 교육 콘텐츠를 끊임 없이 개발할 계획"이라며 "배우고자 하는 이에게 방송대는 언제라도 열려 있다"고 밝혔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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