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장 희 한국외대 법대학장공해상에서 외국의 민간 선박에 대한 군함의 임검과 수색에 대해서는 유엔 해양법협약 110조에 규정돼 있다. 해적행위와 노예무역, 무국적선에 대해 모든 국가의 군함이 임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 국기게양이나 국기표시 거부 등의 혐의가 있는 선박에 대해서는 군함이 임검 나포 및 처벌할 수 있게 돼 있다.
정확한 경위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이 같은 규정으로 볼 때 북한 선박에 대한 스페인 군함의 나포는 우선 무국적선에 대한 임검권 행사 차원으로 보인다. 임검에 불응, 도망간 경우 또 추적할 수도 있다. 스페인 군함이 도망가는 북한 선박을 경고사격까지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정확한 나포 상황이 알려지지 않아 나포문제에 대해선 언급하기 어려울 것 같다.
문제는 미사일 수출을 무역으로 볼 것이냐 비인도적 물질의 매매행위로 보느냐이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유엔 안보리를 통과한 대(對)테러 결의안이 보장한 자위권 행사임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북 선박이 테러 지원 가능성이 높은 예멘이나 아프리카로 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대테러 전쟁 차원에서 정당성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이 미사일을 수출할 수 있듯이 북한도 미사일 수출이 가능해 주권 침해라고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 김 태 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미국의 동기가 무엇인지를 봐야 한다. 북한이 미사일을 수출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8월 파키스탄 공군기가 평양에서 미사일 부품을 싣는 장면이 미국 위성에 잡힌 적이 있고, 1999년에도 인도가 파키스탄으로 가는 미사일을 싣고 가는 북한 선박을 억류한 적이 있다. 북한이 작년 한해 미사일과 부품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만도 5억 8,0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이라크 이후 타깃으로 북한을 설정하고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사전포석의 의미가 있다. 북한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리고 이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것일 수 있다. 북한 제재에 미온적인 한국 정부와 다소 소원한 관계인 미국이 차기 정부에서는 강경한 대북정책을 펴가겠다는 메시지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 압박수단이 한반도의 지정학적 여건, 한국 정부와의 관계 등으로 미뤄 군사적 행동은 아닐 것이라고 여겨진다. 대신 일본이나 한국의 대북 접근을 통제하고 북한이 열의를 보이고 있는 경제특구에 타격을 가하는 제재수단을 생각할 수 있다. 특히 특구 문제는 외자유치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미국의 경제제재는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하나는 최근의 반미 정서와 관련지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으로서는 대북 경계심을 유발함으로써 반미 물결을 차단하는 효과를 노렸을 수 있다.
● 박 건 영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북한 선박 나포 사건은 일단 미국의 대 이라크전, 대 테러전과는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동지역 미사일 확산을 경고해온 미국에 북한이 정면 도전한 측면이 있어 북미관계에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선박의 목적지는 이라크가 아니라 미국의 대테러전에 적극 협력하고 있는 예멘이다. 그러나 미 정부의 일각에서 테러조직망을 통한 대 이라크 간접수출 가능성 등 여러가지 혐의를 둘 수도 있어 상황은 유동적이다.
주목되는 점은 북한이 미국의 감시망이 24시간 가동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으면서 이 같은 무리수를 뒀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경제사정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미국의 나포 의도를 악화한 한미관계, 교착된 북미관계 등과 연계해 음모론적으로 봐서는 곤란하다. 여러 정황상 미국은 북한을 길들이기 위해서라기 보다 예멘이 북한 미사일을 수입한 사실을 발뺌하지 못하도록 선박을 추적한 것으로 보인다.
위기는 기회일 수 있다. 미국의 목적이 테러리즘 퇴치라면 북한을 밀어붙이기 보다는 실용주의적으로 미사일 협상에 임해야 한다. 정부는 대선 정국과는 무관하게 북미 협상을 재개하는 계기가 되도록 외교역량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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