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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국민눈높이 대통령 갖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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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국민눈높이 대통령 갖고싶다

입력
2002.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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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대 대통령 선거가 눈 앞에 다가왔다. 우리는 일곱 명의 대통령 후보 가운데 좋든 싫든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 이번 대통령은 다시 한번 도약해야 할 경제문제, 자칫 경색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한 남북문제를 지혜롭게 풀어나갈 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훨씬 중요한 것은 새 대통령은 따뜻한 인간미와 깊은 역사 인식을 지닌 사람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광복 이후 우리가 경험한 여러 대통령과 과도정부수반 가운데, 국민의 폭넓은 지지와 존경을 받은 지도자는 없었다. 우리 정치사의 불행은 여기서 비롯됐다. 물론 능력만으로 평가하자면 유능한 지도자도 있었다.그러나 역대 대통령들이 권좌에 오른 순간부터 국민에게서 멀어져 권력을 향유하는 데 급급했기에, 오늘날 우리는 그들을 위대한 정치 지도자로 기억하지 않는것이다. 이번 선거는 그 불행한 헌정사를 청산하고, 21세기 새로운 정치 지평을 여는 출발점이 돼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 국민은 오만과 독선으로 가득 찬 권위주의 정치와 이른바 3김 정치를 청산할 기회를 맞았다. 국민적 눈높이와 인간적 품성을 지닌 대통령을 뽑을 기회가 온 것이다. 그러나 주요 후보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번에도 진정 존경할 수 있는 지도자를 열망하는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을 듯 해 가슴이 답답하다.

나라와 민족의 원대한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과 확고한 의지를 내보이는 후보를 찾기 어렵다. 선거가 끝난 뒤 오늘의 정치인들은 근심에 빠진 국민들을 어떻게 위무할 것인가. 주변을 거짓과 폭로로 물들여서라도 집권에만 성공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후진적 쟁투는 당장 중지해야 할 것이다. 불행한 일이다. 결국 우리가 심판해야 한다.

'국민의 선택'으로 뽑힌 대통령은 취임 선서와 함께 실로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이제 저는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오직 국민을 위해서만 사용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가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국민 여러분께 꼭 보여 드리겠습니다." 이런 취임선서를 할 만한 정서를 가진 후보는 없는가, 있다면 그런 대통령을 뽑고 싶다.

대통령의 권한은 정쟁을 통해서 획득된 전리품일 수 없다. 따라서 그 정쟁에 용감히 뛰어들어 온갖 충성을 다했던 가신과 측근, 그리고 정치적 빚을 진 사람들에게만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쓸쓸하게 퇴임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볼 때 국민은 그의 정권획득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의 모습을 주목했다. 그들은 대통령을 국민이 선택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하늘이 내린 자리쯤으로 생각하고 왕조시대보다 더한 의전 절차를 만들어 대통령 주변을 늘 삼엄하게 만든다. 그런 의전 절차에 익숙할 수 없는 정서를 지닌 대통령을 뽑고 싶다. 그리하여 광화문 사거리 어디쯤에서 출퇴근하는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

"국민 여러분, 진실은 이렇습니다. 저를 믿어 주십시오, 이번 일로 인해서 더 이상 위축될 필요는 없습니다.…" 나라의 크고 작은 일에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 시켜주는 솔직함과 신념이 있는 대통령, 그런 마음을 가진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고 싶다.

대통령의 직무는 복잡하다. 그러나 그것을 수행하는 원칙은 국민과의 진실한 신뢰에 바탕해야 한다. 국난이 닥쳐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은 결국 국민의 힘이기 때문이다. 국민은 이제 권력의 통치 대상이 아니다. 공작정치의 설득 대상은 더더욱 아니다. 정치 권력은 국민을 진정한 주인으로 인정하고, 그에 걸맞게 국민을 받들어야 한다. 지금 대선 후보자들의 선거 운동도 '어떻게 국민을 위해 봉사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마지막 한 차례 남은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이 문제를 놓고 진실된 자세로 다투는 후보들을 만나고 싶다.

손 풍 삼 순천향대 국제문화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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