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물보다 진하다. 그러나 사랑은 피보다 진하다."한국문학번역원(원장 박환덕) 주최로 11∼12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리는 '2002 문학과 번역 서울심포지엄' 참석차 방한한 스웨덴 입양아 출신 소설가 아스트리드 트롯찌(32)씨.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묻는 질문에 어머니가 물려주었다는 태극문양이 새겨진 반지를 내보이며 1996년 발표한 자전적 데뷔소설 '피는 물보다 진하다'의 마지막 구절을 인용했다.
생후 5개월 때 부산에서 스웨덴으로 입양됐던 트롯찌는 스톡홀름에서 또 다른 한국계 입양아인 언니 오빠와 함께 자랐다. 어머니는 도서관사서, 아버지는 고고학자였던 탓에 어려서부터 책에 묻혀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문학과 가까워졌다. 1995년 고국을 처음으로 방문해 3주간 서울과 부산을 여행한 뒤 처녀작 '피는 물보다 진하다'를 완성했다. 그는 "입양아가 아니라 작가로 초청 받아 다시 오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96년 스웨덴 남자와 결혼해 4살 난 아들을 둔 그는 스웨덴에서 인간의 기억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두번째 소설 '가끔은 내 기억이 궁금한지 궁금하다'를 발표했고, 내년 초에는 세번째 소설 '이 땅의 이방인'을 출간할 예정이다. 두번째 작품 출간 후 스톡홀름 왕립극단의 제의를 받고 쓴 희곡 '첫번째 가을'은 내년 2월 무대에 오른다.
그에게 문학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7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스웨덴 작가 에이빈드 존슨. 노동자 출신으로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작가지만 어려웠던 성장 과정과 역사를 아우르는 사실적 작품세계가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트롯찌는 "입양아라는 유년기 상처로 글쓰기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며 "글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라고 묻는 것은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것이다"고 말했다.
/박은형기자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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