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반드시 챔피언 자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프로리그에서 종종 나타난다.팀 스포츠에서 돈의 위력은 주로 우수선수를 영입하는 데서 발휘된다. 실제로 이동, 숙박, 훈련비용 등 다른 비용항목에서는 재력 있는 구단과 없는 구단간에 큰 차이가 없기도 하다. 팀 전력요소의 기본인 기술보강을 위해 고급기술을 보유한 선수를 영입하는데 돈이 많이 쓰인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수선수가 즐비한 외형상의 강팀이 챔피언이 되지 못하는 이변이 일어나는 이유는 돈이 다른 전력요소와 상충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돈으로 사기 힘든 다른 전력요소가 오히려 크게 작용하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지금 프로농구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여수 코리아텐더는 1억원 짜리 선수가 한명도 없는 자타가 인정하는 가난한 팀이다. 기술을 돈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보강을 했거나 기술 외의 나머지 전력요소가 다른 팀보다 나은 게 원인일 것이다. 끝까지 여세를 이어갈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우수선수가 없어도 현재까지는 뭔가를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전성기 해태타이거즈에서 찾을 수 있다. 프로구단에서는 연봉사정 시스템을 변경하면 적절하게 짜여졌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타 팀 선수의 기록을 대입해보는 과정을 거치는데 내가 근무했던 구단에서도 몇 번 있었다. 그 과정에서 당시 최고 타자였던 해태 김성한 선수의 성적을 입력하자 그 구단 연봉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 산출되는 것을 보고 효율적인 구단 운영방식에 감탄한 적이 있다. 물론 이 팀에 프로야구 최고연봉 선수는 있었지만 평균적인 선수연봉은 최하위급인 데 반해 챔피언 자리는 제일 많이 올랐다. 원인이야 많겠지만 전통적으로 엄격했던 선후배 위계질서가 강한 팀워크로 이어졌던 것도 그 중 하나로 추정된다.
돈이 아닌 동기가 챔피언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1995년 프로야구의 OB베어스는 전년도 전력과 큰 차이 없이 시즌을 맞았고 그 해 우승컵을 안았다. 여기서도 신임감독의 리더십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선수들의 동기도 한몫했다. 전해에 집단이탈이라는 사상초유의 사고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던 선수들이 손상된 이미지를 반드시 만회하겠다는 집단의지가 같은 전력으로 판이한 결과를 만드는 데 일조를 한 것이다.
이런 여러 사례는 비싼 선수의 고급기술이 팀 전력의 전부가 아님을 시사한다. 특히 돈의 위력으로 손상될 가능성이 가장 많은 요소가 바로 팀워크다. 평균연봉을 받는 선수와 그보다 대여섯 배 이상 받는 선수가 섞이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팀워크를 해치게 되고 스포츠의 묘미인 이변은 그런 데서 비롯된다.
/정희윤·(주)케이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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