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공약을 두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방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수도권 광역의회 의장단과 서울시 고위 관계자가 가세, 논란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한나라당은 11일 주요 당직자들이 잇달아 나서서 노 후보의 공약을 공격했다. 이 공약으로 노 후보가 충청권에서 얻는 표보다 수도권에서 잃을 표가 훨씬 많을 것이란 계산에서 수도권의 민심을 최대한 자극하겠다는 의도이다.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전남 도청 이전에 2조 6,000억원이 드는데 6조원으로 수도 이전이 가능하냐"고 꼬집은 뒤 "자칫하면 수도권 경제가 파탄 난다"고 주장했다.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62.3%, 충청권의 53.5%가 표를 의식한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라고 응답했다"며 "어제 TV토론에서 노 후보가 수도를 옮기지 않으면 수도권의 집값을 잡을 수 없다고 했는데 이전 목적이 집값 하락인 것 같다"고 비틀었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도 "서울시가 추진 중인 강북 개발 등에 대한 시민의 기대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즉흥적으로 만들어 낸 거짓 공약 때문에 수도 서울을 망칠 수는 없다"고 거들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이 같은 공세에 대해 "불리한 대선 판세를 만회하려는 트집"이라고 일축, 이회창(李會昌)·노무현 후보의 1대1 토론을 제의하는 등 역공을 폈다.
정대철(鄭大哲) 선대위원장은 "행정수도 건설이 현실화해도 서울은 금융·미래산업·물류 등 동북아의 비즈니스 중심지로 발전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임채정(林采正) 정책본부장도 "이 후보 주장대로 행정부 기능을 전국에 분산시키면 수도권 공동화가 안 생기고, 한 곳으로 옮기면 공동화한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또 정세균(丁世均) 의원은 "비대해진 서울을 다이어트하면 몸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 후보가 이날 "한나라당이 무리하게 과장해 공세를 펴는데 이 후보와 양자 토론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밝힘에 따라 김한길 미디어본부장이 이·노 후보 간 토론을 대통령선거 방송토론위원회에 공식 요청했다.
수도권 3개 광역의회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행정수도 이전 반대 의견을 밝히고 나섰다. 이성구(李聲九·서울) 신경철(申景澈·인천) 홍영기(洪英基·경기) 의장 등은 이날 "수도 이전에 따른 공동화 현상으로 수도권과 국가 경제가 파탄 날 것"이라고 노 후보를 비난했다.
한나라당 출신인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과 정두언(鄭斗彦) 서울시 정무부시장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 부시장은 특히 서울시 인터넷홈페이지의 '시민자유토론'과 '직원광장' 등에 반대 논리를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지방정치에 몰두해야 할 사람들이 선거에 동원돼 턱없는 짓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선거법 위반 여부를 검토해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선관위도 한때 이런 움직임이 자치단체와 공무원의 선거 개입을 금지한 선거법 규정에 저촉되는지를 검토했으나 지자체와 직접 관련된 사안에 대한 의사 표현은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김동국기자 dkkim@hk.co.kr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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