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관계가 미국의 북한 미사일 선박 나포로 다시 백척간두에 섰다. 이번 선박 나포는 사실상 미국의 사상 첫 대북 실력 행사이고, 북한이 강력 반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11일 "북한이 화약을 지고 불속에 뛰어들었다"면서 "북미관계가 돌아오기 어려운 한계선(red line)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북한의 핵 개발 시인에 대해 중유 제공 중단조치로 답한 미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핵 개발과 미사일 수출을 중단시키기 위해 다단계 대북 제재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다행히 미사일의 행선지가 이라크 등 '우려국가'가 아니어서 미국의 대 테러전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는 듯하지만, 이번 사건은 9·11 사태 이후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에 민감한 미국 내 대북 여론을 악화할 게 분명하다. 특히 미국은 새로운 대북 압박조치 동참과 남북관계의 속도조절을 남한에 요구할 수도 있어, 이번 사건은 남북 및 한미관계에도 적지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다.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불투명하지만, 대외적으로 이 사건을 '주권 침해적 군사도발'로 규정하고 무력대응 방침을 밝힐 공산이 커 보인다. 북한은 미국과 일본에 대해 미사일 실험 발사 중단을 약속하고 현재 이를 준수하고 있다. 그러나 미사일 수출에 대해서는 '무역 문제'라면서 중단압력을 거부하고 이를 계속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북한이 이번 나포를 부당한 도발로 간주할 경우 미사일 실험발사를 재개하는 등 극단적 방법이 동원될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물론 내부적 경제개선 및 대외관계 개선조치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이 전면전을 각오하고 '벼랑 끝 전략(brinkmanship)'을 펼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국의 사전 경고를 무시하고 수출을 강행한 것은 미사일을 대미 협상용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의도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위기 상황이 오히려 북미관계를 실질적 대화로 잇는 전화위복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양측의 협상 재개를 위해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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