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속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그 기업의 대주주와 최고경영자(CEO), 임원들이다. 이들 '내부자'는 기업 정보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그만큼 시장은 이들의 주식거래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법의 태두리 안에서 주식을 사고 팔 수 있으며 이 내부자 거래 동향에 따라 주가는 출렁인다. 최근 거래소와 코스닥에서 대주주와 회사 임직원들의 내부자 거래가 잇따르면서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주주나 회사 임원들이 자기 회사 주식을 언제 사고 파는지, 어떤 이유에서 거래하는지 잘 살펴야 기업 경영상의 변화와 주가 흐름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내부자 매도 급증
연말이 다가올수록 내부자 매도가 급증하는 것은 결산이 가까워오는데다 개인적인 자금수요도 많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 송재경 부사장은 10일 올 11월부터 최근까지 자사주식 3만7,000주를 장내 매도했다고 금감원에 보고했다. 송 부사장은 "개인적 자금수요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사실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과 송 부사장 등 특수관계인 3명은 올 1월부터 지속적으로 주식을 내다팔아 12월까지 6만1,400주를 매도했다. 그 사이 엔씨소프트 주가는 올 4월 26만2,500원에서 지금은 12만원 대로 반토막 났다.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과 이윤우 사장이 삼성전자 주식 1,000주씩을 매도한 11월 말 공교롭게도 삼성전기 김종구 부사장도 삼성전기 주식 1,000주 가량을 팔아 눈길을 끌었다. 회사측은 "개인 사정일 뿐 회사와 관계 없다"고 말했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삼성 임원들의 주식 매도 이후 두 회사 주가가 꺾인 점을 들어 이들의 주식 거래 시점 포착과 주가 예측력이 상당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회사는 사고 대주주는 팔고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내부자 거래 패턴은 대략 8가지. 우선 상장·등록 이후 사상 최고 금액의 내부자 매수나 매도 발생 여부에 따라 주가 흐름이 달라진다. 또 주가가 52주 최고가에 이르러 대부분의 투자자가 이익실현을 생각할 때 내부 임직원이 주식을 샀다면 무언가 기업에 호재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52주 최저가로 주식이 내릴 만큼 내렸는데도 대주주가 주식을 팔면 추가 악재를 의심해야 한다. 하이트맥주 주가가 바닥에 머물던 올 11월 말 박문덕 회장이 17만주를 내다팔았고 주가는 추가 하락한 점도 이를 잘 뒷받침한다.
기업 내부자들은 단기 차익을 막기 위해 6개월 이내에 주식을 사고 파는 것이 금지된 만큼 직전 거래 6개월 후 최초 내부자 거래가 발생했다면 이는 내부자들이 회사 전망을 새롭게 보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새로 상장 및 등록된 후 임원들이 주식을 사거나 보호 예수기간이 끝나기 전에 내부자가 주식을 사는 것은 기업의 사업전망을 밝게 보기 때문이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동안 대주주나 임원이 주식을 판다면 이는 주가 하락은 물론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수준이다. 또 대주주에 이어 사장과 이사 감사 등 내부자들이 잇따라 주식을 판다면 회사 구성원 모두가 기업 전망을 어둡게 보는 것인 만큼 조심해야 한다.
내부자거래 정보 사이트인 아이스코어 박성준 연구원은 "내부자는 종종 기업 내부 정보를 개인적인 주식 투자에 이용하거나,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소액주주의 이해와는 상반된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며 "소액주주들이 내부자의 거래에 관심을 가질수록 이들의 '장난'이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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