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이목을 모으지 못했던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10일 TV토론에서 노후보가 내놓은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공약에 대해 이후보는 그렇게 하면 서울은 '공동화(空洞化)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향은 컸다. 언론은 관련토론내용을 1면 머리기사로 싣고 두 당은 홈페이지에서 관련의견을 크게 다루고 있다.선거는 말의 전쟁이다. 전쟁에서의 칼이 선거에서는 말이다. '텅 빈 곳' '폭삭 망함'을 연상시키는 공동화라는 말을 듣는 순간, 폐광 탄광촌과 살벌한 미국도시 흑인동네를 생각하며 행정수도 이전을 두고 두 후보가 벌인 말의 전쟁에서 살벌함을 느낀다.
감성과 직관에 닿는 말, 가슴에 박히는 말은 사고와 논리를 압도한다. 그런 말일수록 가슴을 쳐, 잘 기억되고 잘 지워지지 않는다. 한나라당(www.hannara.or.kr)은 노후보의 수도 이전 공약을 '노무현 후보의 서울 버리기'로 부르며 페이지 머리에 실었고 민주당 홈페이지(www.minjoo.or.kr)는 대변인논평에서 "이상한 용어를 동원하지 말고 내용부터 파악하라"고 대응 중이다.
말의 전쟁에서 호소력 강한 말에 사로 잡히고 나면 생각도 곧잘 바뀐다. 한나라당의 '서울 버리기'를 읽고, "서울의 부동산 값이 떨어지지 않을까" "서울 사람들이 누리던 프리미엄, 풍성한 문화체험이나 편리한 시설향유 같은 특혜를 잃지는 않을까" 중산층 서울사람은 근심할지 모른다.
사람은 감성을 자극 받은 후엔 잘 따지지 않는다. 수도 이전에 드는 비용은 어느 쪽 주장이 옳은가 이미 관심 없는 친지도 있다. '서울 버리기'라는 말은 강화도로, 부산으로 수도를 옮겼던 고려와 이승만정부 역사를 통해 교과서가 암암리에 가르쳐온 "수도는 버릴 수 없고 그러니 이전할 수 없는 것"이라는 사고에 편승하지 않았나, 따지는 이도 없다.
양비론은 비겁하다고 한다. 회색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한 회색도 나쁠 것 없다. 국민은 도시계획, 행정, 통일정책 전문가들로부터 수도 이전에 관한 다양하고 깊이 있는 의견을 들어본 적 없다.
두 후보의 말 전쟁 아닌, 논리를 판단할 길 없다. 분명한 것은 둘. 첫째, 공동화나 서울 버리기는 서울사람 겁주기 전략과 통한다는 것. 워싱턴은 수도, 뉴욕은 경제 문화 중심지인 사례가 물론 있다. 둘째, 수도 이전은 국민정서로 보나 거대계획이라는 점으로 보나 졸속추진 대상이 될 수 없다. 양비론이다.
/박금자 편집위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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