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개관한 경기 이천시 마장면 청강문화산업대 부설 청강만화역사박물관. 125평 아담한 내부에 길창덕 윤승운 신문수 이두호 박수동 박흥용 이향원 등 이름만 들어도 반가운 국내작가 54명의 대표작 단행본과 원고 2,000여 점이 가득 들어차 있다. 특히 1960∼70년대 전투만화의 일가를 이뤘던 이근철씨의 작품세계를 '캐릭터의 회전과 총의 반동'이라는 관점에서 꼼꼼히 분석한 '만화와 동세(動勢)'코너에서는 박물관장과 큐레이터의 공력(功力)이 생생히 느껴진다.사이로(62·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 청강만화역사박물관장은 이 같은 박물관의 힘을 "모든 큐레이터들이 만화가 좋아 만화만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결과"라고 요약했다. 그 역시 카툰이 좋아 대학(한양대 법정대) 졸업 후 40여 년을 일간지·주간지 등에 1컷·4컷 만화만을 그려온 1세대 카툰 작가이고, 큐레이터로 참여한 박인하 김정영 교수도 각각 만화이론과 일러스트레이션 외길만을 걸어온 만화 마니아들이다.
"옛 단행본만 많이 모았다고 해서 박물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양만으로 따지면야 만화도매상이나 중고서점도 박물관이 될 수 있죠. 몇 백원 안 하는 펜촉 하나, 찢어진 스토리보드, 곰팡이가 슨 잉크병 등 작가의 영혼이 담겨있다면 무엇이든 귀중한 박물관 자료입니다. 30여 평 수장고가 미어터질 정도로 소중하고 희귀한 자료가 넘쳐 나는 박물관으로 키워나가겠습니다."
그의 꿈은 국내 최초의 대학 부설 만화박물관인 이곳을 학예기능과 교육기능에 충실한 세계적 만화박물관으로 키우는 것. 개관기념전으로 마련한 '만화와 캐릭터, 만화와 감성, 만화와 동세(動勢)'전의 주제를 더욱 심화해 내년 연구서적을 발표하기로 하고, 개관과 동시에 지역 초중고생들의 시각체험과 실습의 장으로 박물관 문을 활짝 연 것도 이 때문이다. 내년에는 '카툰의 세계'를 주제로 한 기획전을 열고 초대작가들의 평전도 발간할 계획.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그려온 '조가비' '도루묵' '서울별곡' 등 대표적 카툰과 메인 캐릭터를 내년 봄 4권짜리 단행본으로 발간한다. "제가 왜 본명인 '이용명' 대신 필명 '사이로'를 쓰는 줄 아십니까. 번듯한 직장 생활을 할까, 돈 안 되는 카툰 분야를 선택할까 두 가지 길에서 고민했다는 뜻에서 '사이로(史二路)'입니다. 결국 외길을 선택했지만요. 단순한 장면 하나에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긴 카툰의 진정한 매력을 내년 박물관 기획전시와 제 졸고를 통해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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