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대선을 8일 앞두고 '북한 미사일'이라는 대형 외부 변수가 돌출했다.11일 미국의 스커드 미사일 선적 북한 화물선 나포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수출이라는 북한변수를 등장시켰다. 아울러 미국이 반대편 당사자라는 점은 최근의 미묘한 선거기류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 사태는 각 후보의 대북관과 정책을 다시금 선거전의 핵심 쟁점으로 밀어올렸다. 그리고 앞으로의 파장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북정책 문제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이념적 성향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이자, 이번 대선의 특징인 진보 대 보수 구도의 경계를 짓는 요체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북한 핵개발 파문이후 대북 현금지원 중단 등 강력한 대응을 줄곧 주창한 반면 노 후보는 어떤 경우에도 북한을 자극해선 안 된다는 대화론을 펴왔다. 따라서 북한의 '위험성'이 재차 확인된 이번 사태는 일단 이 후보의 입지를 보다 강화해주는 계기가 될 개연성이 있다.
한나라당은 당장 "이런 북한에 현금지원을 계속해도 되는 것인지 답하라"며 정권과 노 후보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를 통해 전통적 보수 성향 유권자는 물론 DJ의 햇볕정책에 대한 합리적 비판세력까지 확실히 껴안겠다는 의도다. 또 선거가 임박했지만 오히려 늘고 있는 부동층 흡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선박 나포가 대북 현금지원 지속여부를 놓고 노 후보와 국민통합 21 정몽준(鄭夢準) 대표간 정책조율이 진행 중인 시점에 터져 나온 점도 공교롭다. 정 대표는 북핵 위협이 해소될 때까지 현금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두 사람의 대선 공조가 더 불투명해질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노 후보측은 긴급 성명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수출중단을 한 목소리로 촉구하며 한나라당의 공세에 재빨리 방어막을 쳤지만,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처지임에는 틀림없다.
이렇듯 상황의 기본 구조는 이 후보에게 유리한 쪽이지만, 이것이 실제 이 후보의 표로 연결될지 여부는 속단하기 어렵다. 1992년 14대 대선 막판 '초원 복집 사건'처럼 처음 예상과는 전혀 다른 쪽으로 사태가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 선박 나포의 주체가 미국이라는 점은 최근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을 계기로 불거지고 있는 반미 기류를 감안할 때 묘한 상황을 부를 수도 있다. 또 젊은 층을 중심으로 노 후보 지지자들의 위기감이 확산돼 거꾸로 표의 결집이라는 반작용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우선은 정확한 미국의 나포경위 및 북한의 대응 방향 등이 윤곽을 드러내야 두 후보의 득실도 보다 구체적으로 따져 볼 수 있을 것 같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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