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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기의 골프 & 라이프]마음만 바쁜 골프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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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기의 골프 & 라이프]마음만 바쁜 골프연습

입력
2002.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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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상시 새벽 5시 무렵이면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런데 오늘(10일)은 6시가 넘어서야 일어났다. 눈을 떠보니 4시가 겨우 지났기에 잠깐 더 눈을 붙였다가 그만 늦잠을 자고 말았다. 부랴부랴 옷을 챙겨 입고 연습장에 갔다. 타석을 배정받았다. 골프화를 갈아 신고 장갑을 꺼내 왼손에 착용했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 다음 거울을 보면서 연습스윙을 했다. 그런데 자꾸만 거울 위에 걸려있는 시계로 눈길이 갔다. 연습을 끝낸 다음 집에 돌아가 샤워를 하고 아침을 먹은 다음 출근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너무 늦게 연습장을 나서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밀리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했다.나는 연습장에 가면 볼을 치는 것보다 거울을 보며 백스윙을 점검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리드미컬한 스윙템포를 만드는 데 정신력을 집중한다. 또한 그립의 형태에 따라 스윙에 어떤 느낌이 오며 볼의 방향이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를 점검하려 노력한다. 어드레스를 할 때도 무릎을 얼마나 굽히는 것이 편안하게 볼을 때릴 수 있는지, 볼과의 거리를 어느 정도로 하는 것이 볼을 똑바로 보내는 데 유리한지 등을 일부러 시험해 보기도 한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의 연습을 지켜보기를 즐겨 한다. 왜냐하면 세 사람이 같이 가면 반드시 그 중에 자기의 스승이 있다는 말처럼 다른 사람이 볼을 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보다 더 좋은 레슨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그런 연습을 도저히 할 수 없었다. 스윙이 나도 모르게 빨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느린 스윙템포를 찾고자 해도 의도한대로 도저히 스윙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른 사람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길 여유를 가질 수도 없었다. 오히려 골프를 망가뜨리는 골프연습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문득 이런 글귀가 떠올랐다. 至知以後(지지이후)에 有定(유정)이니 定以後(정이후)에 能靜(능정)하고 靜以後(정이후)에 能安(능안)하고 安以後(안이후)에 能慮(능려)하고 慮以後(려이후)에 能得(능득)이니라(깨달음을 얻은 후에야 뜻이 정해지고 , 뜻이 정해지면 마음이 고요할 수 있고, 마음이 고요한 뒤에야 일을 편하게 할 수 있고, 일을 편하게 한 뒤에야 정밀히 생각할 수 있고, 정밀히 생각한 뒤에야 뜻한 바를 터득할 수 있다).

학생시절 자주 암송하던 '대학(大學)'서문의 일부다. 고매한 유학자(儒學者)가 아닌 나로서는 '매사에 얻음이 있으려면 생각이 있어야 하고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해 생활규범의 하나로 삼고 있다.

/변호사 sodongk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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