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미군기지 주변지역의 기름오염 사실이 확인되면서 주한미군에 의한 기름오염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용산미군기지 관련 기름오염 사고만 올 들어서 네번째. 이번 오염지역 시료분석결과 채취된 기름의 96%가 경유로 밝혀져 경유를 난방유로 사용하는 미군과 미 대사관쪽에서 기름이 누출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이에 따라 환경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미군 기지에 대한 체계적인 환경조사와 허술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환경조항에 대한 개정의 목소리도 더욱 커져가고 있다.
■미군기지 주변 기름 오염 심각
녹색연합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주한미군에 의한 환경오염 사건은 지금까지 39건. 90년 천안시 미군송유관 기름유출사고를 시작으로 91년 1건, 96년 2건, 98년 4건 2001년 4건에 이어 올들어 8건이 터져나오는 등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원주 캠프롱 쓰레기 매립사건, 동두천 부대 건축폐기물 불법매립사건, 한강독극물 방류사건 등 다양한 유형의 환경오염 사고가 터져 나오고 있지만 이중 가장 심각한 것은 기름오염 문제.
주한미군 환경오염 사고 중 기름오염이 전체 39건중 26건을 차지하고 있으며 올들어 불거진 8건 중 7건에 이를 정도로 빈발하고 있다. 특히 기름 오염 사고는 발생 초기에 해결하지 않으면 땅밑으로 스며들어 토양을 광범위하게 오염시킬 뿐 아니라 지하수까지 침투해 수질오염을 유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녹색연합의 한 관계자는 "50년대 미군이 주둔하면서 설치된 유류 저장시설과 배관 등이 노후화했지만 제대로 개량되지 않아 기름누출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며 "미군이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피해규모는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환경실태조사는 한번도 못해
문제는 주한 미군에 의한 기름오염 문제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지만 미군기지에 대한 본격적인 환경실태조사가 실시된 적이 한번도 없다는 점이다.
용산기지만 해도 기름유출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지난해 7월 녹사평역 기름유출에 이어 올들어 사우스포스트 기름유출, 미8군 종교휴양소 기름유출, 용산 가족공원 내 연못의 기름띠 형성 등이 잇따라 터져나왔지만 그 때마다 땜질식 조사에 그쳤다.
특히 올 10월 용산 미군기지내 2곳에서 약 3,000톤의 오염된 토양이 방치된 것이 확인돼 용산기지내 한미공동조사가 제안됐지만 미군측의 거부로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용산미군기지가 기름투성이 환경재난지역임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미군측이 아무런 근본대책을 내지 않는 것은 국민적 분노만 살 뿐"이라며 "SOFA 환경조항의 근본적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술한 SOFA 환경조항
지난해 개정된 SOFA에서 환경문제가 합의의사록과 특별양해각서 형태로 새롭게 추가됐지만 사전예방, 환경조사, 복원책임 등의 핵심 문제가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미 공동조사만 해도 한미 양측 SOFA 환경분과위원장의 합의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미군측이 거부하면 조사가 불가능하다.
또 특별양해각서에는 미군측이 주기적으로 미군의 환경적 측면을 조사·평가하는 '환경이행실적평가'를 수행하고, 환경 예방 프로그램을 마련토록 했지만 환경조사결과나 예방 계획 등이 공개된 적은 한번도 없다. 복원 책임 문제도 양해각서에만 '오염의 치유를 신속하게 수행한다'는 애매한 표현으로 명시돼 강제성을 갖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녹색연합 김타균(金他均) 정책실장은 "계속되고 있는 미군 기지에 의한 기름오염 재난을 막기 위해서는 사전예방프로그램에 대한 철저한 이행, 환경오염에 대한 한국정부의 사전조사권, 오염자부담원칙과 원상복구 의무의 뚜렷한 명시 등의 환경조항 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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