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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검증 도움 못준 맥 빠진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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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검증 도움 못준 맥 빠진 토론

입력
2002.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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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맥 빠진 토론이었다. 10일 밤 열린 한나라당 이회창, 민주당 노무현,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경제·과학분야 TV합동토론을 지켜본 사람들의 이구동성이었다. 원래 경제·과학분야가 정치나 사회분야보다 재미가 덜한 이유가 있고 또 물론 TV토론이 시청자의 재미를 위한 것도 아니지만, 후보간의 차별성이 부각되지 않아 그만큼 지루했다는 얘기다. 이는 이날의 TV토론이 유권자의 후보 선택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것과 상통하는 것이기도 하다.지난 3일의 첫 토론 때도 지적한 바 있는 것처럼 무엇보다 토론의 방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토론회의 사회자도 "기계적 진행이 되더라도 공정성과 형평성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인정했지만, '기계적 진행'의 도(度)가 지나쳐 TV토론의 본래 취지를 위협하는 수준이었다. '질문 1분, 답변 1분30초'라는 천편일률적 형식을 깨지 않고는 '토론'이 아니라 '단문단답'의 나열에 그칠 수밖에 없다. 또한 법 규정에 따랐다고는 하나 명확하게 2강 구도를 보이고 있는 정치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또한 질문의 주제선택도 보다 구체성을 띠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무역개방, 성장과 분배, 재벌개혁 등 추상적인 주제로 질문을 한다면 답변 역시 '정답'이 되풀이되면서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어제의 토론회에서 이회창·노무현 후보가 비록 설전은 벌였지만 모두 백과사전식 답변을 내놓아 내용에 있어서는 별 차이가 없었다.

각 후보의 공약이 물 타기한 탓도 있었으나 토론의 방식이 총론적 질문과 답변의 수준을 넘지 못하게 한 측면도 있다. 앞으로 TV토론이 유권자의 선택에 기여하려는 취지를 살리려면 '형식파괴'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 토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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